조사결과 알바생 62%가 폭행·폭언’ 피해 경험...."흉악범죄 피해 두려워" / 김동현 기자
PC방 아르바이트생이 무참히 살해당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심야시간에 근무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신도 각종 흉악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 매일 밤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부산시 진구의 한 PC방에서 야간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권해원(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최근 발생한 PC방 살인사건 이후 손님들을 대하는 게 두려워졌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게임을 하다 소리를 지르는 손님이나,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손님에게 강경하게 주의를 줬지만 요즘에는 일이 커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직종의 아르바이트생 또한 마찬가지다. 부산시 남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준우(23) 씨는 “새벽마다 술에 취한 채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아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또, “몇몇 손님은 매장 안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매장 안 음주는 안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가 섞인 고성뿐이라 요즘엔 그냥 모른 체하고 있다”고 했다.
야간 아르바이트생뿐만 아니라 업주들도 고역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업주들은 하루하루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시 진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오동호(41) 씨는 벌써 2주일째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오 씨는 “젊은 친구들이 불안해 할까봐 구인공고에 CCTV 설치 현황과 파출소와의 거리를 자세히 기입했지만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간간히 면접을 보러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장 주변과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걱정된다며 결국 모두 포기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업주들 또한 마찬가지다. 며칠 전 김재윤(38, 부산시 사상구) 씨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는 야간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일을 그만뒀다. 김 씨는 “강서구 살인사건과 요새 잦은 폭행 범죄 때문에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이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또, “새벽에 내가 자주 들리겠다고 다독여도 봤고, 시급을 올려주겠다 설득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처럼 다중이용업소의 아르바이트생이 겪는 불안감은 심각하다.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지난 달 취업준비생 4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PC방 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아르바이트에 대한 불안을 겪은 적이 있나’는 질문에 74.2%가 ‘있다’고 답했다. 또, 알바노조가 지난 해 12월 전·현직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사례는 54.5%로 절반이 넘는다. 야간 근무자의 피해 사례는 더 많다. 폭언·폭행을 경험한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62.6%로 주간 49.8%보다 12.8%나 더 높았다. 여성 아르바이트생 20%는 성폭력과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도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9일 ‘강서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야간알바 보호 4법’을 발의했다. PC방과 편의점 등 심야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하는 청년을 포함한 야간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대책 마련과 긴급출동 시스템 구축 등이 담겨있다. 매장 내부에 '종업원을 괴롭히면 신고가 됩니다'는 경고문을 부착하고, 비상벨 의무 설치화와 비상대피 공간 마련 등의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빠른 시일 내에 야간알바 보호4법이 통과해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시행 이후 실효성이 있는지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