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발 급보, "북미 협상 결렬"...양 정상, 합의문 서명 않고 무거운 귀갓길 올랐다
취재기자 신예진
승인 2019.02.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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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변 폐기 + 알파 요구했다...북한은 원전한 대북 제재 해제 원했다" / 신예진 기자
세계가 주목했던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이 불투명해졌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현지시각 28일 오후 2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며 "많은 옵션이 있었지만 합의하지 않기로 했고, 지금은 뛰지 않고 걸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양 정상은 오전 9시(현지시각)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일 대 일 양자 단독 회담으로 일정을 개시했다. 이어 오전 9시 45분(현지시각)부터 확대 회담이 시작됐고, 오전 11시 55분께 업무 오찬을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전에 시작된 확대 회담이 오후 1시 5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양 정상은 ‘하노이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고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북미는 양국의 최선이 담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이번 회담을 결렬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제대로 된 딜을 할 수 없으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이 중요하다. 영변 핵시설(폐기)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함부로 서명은 안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면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들어줄 수 없었다. 지금의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할 거다. 그러나 지금 대북제제는 강력해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협상 결렬에도 회담장의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시간을 가졌다. 회담을 파기하려고 박차고 나온 게 아니라 좋은 분위기로 나왔다. 단순 취소가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단계별로 남아 있다. 해야 할 일에 대해 서로 입장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여지를 남겨놨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는 한두 달 전보다 더 가까워졌고 진전이 이뤄진 것은 맞다. 우리가 합의하기를 많이들 원했겠지만 합의는 못 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가지고 계속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 세계 거의 모든 지도자, 정상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과 좋은 관계가 있다. 기자회견 직후 문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협상에 대해 통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북미 정상의 ‘협상 결렬’ 분위기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 없이 북미 협상 상황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한국시각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북미 공동성명 서명식을 집무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과 함께 지켜볼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전망하며, 성공적인 회담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접한 후,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의 입장 및 대책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