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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석,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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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석,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부산 북구 구다민
  • 승인 2019.03.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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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 북구 구다민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대중교통인 지하철. 출근길, 퇴근길의 지하철 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붐비기도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임산부 배려석’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핑크라이트’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2016년에 처음으로 부산에 도입됐다. 열쇠고리 모양의 무선발신기를 지닌 임산부가 지하철을 타면 임산부 배려석 기둥에 설치된 수신기에서 그 신호를 감지해 불빛과 음성 안내로 임산부 탑승을 알리는 방식이다. 임산부가 자신이 임산부임을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지하철 칸에 임산부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에 임산부 배려석만 비어있는 경우라면 이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하루 종일 걸어서 다리가 아픈 사람이 잠시 그 자리에 앉아서 쉬는 것을 욕해야 하는가?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사진: 부산시 제공).
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임산부 배려석은 좌석 양 끝에 자리하는데 그 자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앉는 좌석이다. 다른 좌석에 앉아있다가도 그 좌석이 비면 그 자리로 가서 앉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아직 핑크라이트 제도가 익숙하지 않고 이 제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시민이라면 그 자리를 그냥 이용할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좌석을 굳이 이용하지 않을 시민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제도가 시행된지 4년차가 된 지금도 진짜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기란 어렵다. 오히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남성들이 인터넷 상에서 문제가 되면서 핑크라이트 제도가 남녀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꼴이 되버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도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 7589건에 달했다. 정작 이 제도의 주인공인 임산부는 제대로 된 이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시선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더 나아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사람을 무조건 비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지하철 칸에 임산부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에 임산부 배려석만 비어있는 경우라면 이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하루 종일 걸어서 다리가 아픈 사람이 잠시 그 자리에 앉아서 쉬는 것을 욕해야 하는가?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는 ‘강요’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 문제이기 때문이다. 약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차원의 제도들은 분명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핑크라이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고만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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