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수많은 사연을 싣고 기차가 다녔으나 지금은 폐선이 된 철길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폐선 철길이 그곳이다. 일부 구간은 철마가 달리던 당시 그대로 둬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공원으로 조성돼 산책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송정에서부터 해운대쪽으로 폐선 철길 걷기에 나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산책하는 주민들이 끊이질 않는다.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곳들도 있어서 오랫동안 햇볕을 쬐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단순히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꽃에 관한 설명판도 마련돼 있다. 4계절 동안 걸으며, 어떤 꽃이 언제 필지 예상하는 것도 이 곳 주민들의 재미다.
금요일 아침이었지만 등산복을 입은 커플, 외국인 여행객 등 철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많다.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은 나무로 우거져 있고, 왼쪽은 바다가 있어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철길만 있었지만 최근에는 철길 옆으로 나무 데크를 설치해 편히 걸을 수 있다.
송정역을 지나서 걷다보면 바다냄새가 코끝을 때린다. 멀리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걷다 보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조개구이나 장어구이 가게가 보인다. 앉아서 조개를 구워 먹는 사람들이 부럽다.
산책 중이던 주민 강주영(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처음 걷는다면서 “깨끗하게 잘 돼 있어 걷는 내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강 씨는 “그냥 철길 산책로일 거라 생각했다. 풍경이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진작 와 볼걸 그랬다”고 말했다.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릿돌 전망대’가 나타난다. 다릿돌 전망대는 다리 쪽에 돌이 다섯 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릿돌 전망대는 바닥이 유리로 돼 있어 다리에 올라가려면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덧신을 신어야 한다. 다리 위엔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밑으로는 바다가 보여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명소답게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다릿돌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릿돌 전망대에선 날씨가 좋으면 일본 대마도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 섬까진 안 보였지만 바다는 화창했다. 부산 바다 중에서도 특히 맑은 물색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날 다릿돌 전망대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구경을 나왔다. 유치원 교사 김경민(4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가 좋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경민 씨는 아이들이 자연을 마음껏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경민 씨는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너무 많아 산책을 자주 할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라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청사포에 도착하면 요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카페들을 볼 수 있다. 청사포 카페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전망’이다. 청사포는 바다로 유명한 곳인데, 철길로도 유명해지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요즘 흔히들 하는 말로 핫플레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