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해운대 모래 유실 우려되고 조망권 막혀 ④환경성
부산 해상관광 케이블카가 실제로 조성됐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환경이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모두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막말로 교통난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하면 뒤늦게라도 해결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한번 훼손된 환경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기대에서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질러 해운대 동백유원지(송림공원)까지 이어지는 4.2㎞ 길이의 부산 해상관광 케이블카가 설치됐다고 가정하고 미래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코스를 따라가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머릿속에 그려보자.
광안대교 너머 빨랫줄 연상시킬 케이블카...어수선한 광안리 스카이라인
부산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까지 이어지는 광안대로는 양측 접속교 5800m가 바다와 만나면서 트러스교 720m에 연결되고, 한 가운데 현수교 900m로 모아지면서 조형미를 한껏 뽐낸다. 마치 하얀 선이 양쪽에서 바다 위를 거침없이 달리다 두 번 휘청거리며 출렁이는 현수교에서 하늘로 오르는 상승감을 느끼게 한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흰색의 광안대교는 푸른 바다와 어울려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 부산시민이든 서울이나 광주 대구 등지에 온 관광객이든 모두가 광안리 해변에 서서 편안함과 느긋함을 느끼는 것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광안대교가 어우러지면서 그려내는 단순성과 깔끔함 때문이다. 수평선의 고요 속으로 흐르는 광안대교의 단순한 동선과 그 아래 일렁이는 파도가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다.
㈜부산블루코스트의 계획대로 해상관광 케이블카가 광안리 앞바다에 놓였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케이블카는 삼익비치 앞 광안대교에서 먼 바다쪽으로 510m, 광안대교 현수교 부분에서는 629m, 민락수변공원 앞 광안대로 접속교 부분에서는 776m 남쪽으로 각각 떨어져서 지나간다. 그러나 광안리 해변에서 바라보면 마치 광안대로와 케이블카가 나란히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광안리의 시원한 조망, 그림 같은 풍광은 기억 속에만 존재할 수도
케이블카의 3개 해상타워 높이는 모두 바다 수면으로부터 151m까지 치솟는다. 광안대교 현수교 105m 보다 46m가 높다. ㈜부산블루코스트가 2016년 해상관광 케이블카 사업을 하겠다고 처음 제안했을 때 케이블카 해상타워 높이는 100m 였다. 현수교 보다 5m가 낮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151m로 대폭 높여 광안대교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이제 케이블카가 설치된 광안대교 앞바다 모습을 상상해보자. 광안대교가 그려내는 단순함과 가볍게 흐르는 변화의 곡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광안대교 뒤로 불청객처럼 끼어든 케이블카의 케이블과 거기에 매달린 캐빈은 관광객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할 게 틀림없다.
광안리 해변에서 보면 광안대교의 절제되고 간결한 선과 그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의 케이블이 겹치면서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스카이라인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마치 빨랫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물건을 연상케 하는 캐빈이 흔들거리면서 놀이공원의 번잡함과 유흥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광안리의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흰색의 광안대교가 만들어내는 순수함과 시원함은 과거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 공산이 크다.
㈜부산블루코스트는 케이블카 총연장 4200m에 80대의 캐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왕복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케이블 105m마다 케빈이 설치되지만, 실제로는 52.5m 구간마다 캐빈이 1대 꼴로 매달리게 된다. 광안대교 현수교 부분만 놓고 보면 900m 구간에 17대 가량이 상시 매달려 있게 되는 셈이다. 광안리 해수욕장 쪽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면 주탑 위쪽으로 17대의 캐빈이 케이블에 주렁주렁 매달려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상상이 되는가.
명승 동백섬 훼손, 해운대 송림공원과 이기대 난개발 막을 수 있을까
㈜부산블루코스트는 해운대 동백유원지(송림공원)와 이기대 ‘컨벤션 더 뷰’ 자리에 케이블카 정류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연간 300여 만 명, 하루 9000여 명이 타고 내릴 정류장이다 보니 시설 규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사업을 시행하는 (주)부산블루코스트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정류장에 레스토랑 커피숍 기념품가게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가능한 많이 배치할 것이다.
해운대 동백유원지에 설치될 정류장은 1만6270㎡ 부지에 연면적 8만1980㎡,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주차면적은 797대 분이다. 정류장 건물의 지상 높이만도 25m에 이른다.
㈜부산블루코스트 측은 해운대쪽 정류장을 현재 동백유원지(송림공원) 주차장 땅에 건설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백유원지는 소나무 숲으로 조성돼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인데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수 있는 해변의 유일한 녹지대다. 더구나 이곳은 문화재보호구역, 유원지, 경관지구, 온천지구, 중점경관관리구역 등으로 지정된 곳이다.
㈜부산블루코스트 측에 땅을 매각한 전 지주 역시 겹겹이 걸려있는 각종 법에 막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오랜 세월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보존이 될 수 있었다. 수 십 년간 묶여 있는 이 땅을 ㈜부산블루코스트 측이 해상관광 케이블카 건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송림공원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지켜질지 미지수다. 전국의 수많은 개발사례를 보더라도 업자들이 애초 약속을 그대로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야금야금 파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행태다. 업자들은 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만 떨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설계변경을 하면서 원래 목적을 달성하곤 했다.
거대한 해운대 케이블카 정류장, 해수욕장 모래 유실 가속화시킬 수도
동백유원지에 건설될 높이 25m의 대규모 케이블카 정류장이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끼칠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은 동쪽과 서쪽 부분이 유달리 많이 쓸려나가는 현상을 보여 왔다. 백사장과 붙어있는 건물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웨스틴조선 호텔이 있는 백사장 서쪽의 경우 갯바위가 드러난 상태다. 태풍 등 거센 바닷바람이 건물에 부딪쳐 되돌아 나가면서 모래를 함께 쓸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25m 높이의 송림공원 케이블카 정류장은 해수욕장 백사장과 평행하게 지어진다.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막아서게 된다. 백사장과 직각으로 서 있는 웨스틴조선 호텔보다 더 큰 영향을 백사장에 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웨스틴조선 호텔과 케이블카 정류장이 해수욕장 서쪽 끝 모래사장을 직각 형태로 가로막게 돼 모래 유실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동백섬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과 부산시 지정기념물로 지정된 부산의 상징이고 자랑이다. 동백섬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갈 경우 명승의 분위기와 기념물이 갖는 아우라는 훼손될 게 뻔하다. 이런 이유로 문화재 보호구역 인근은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문화재가 갖는 상징성도 크지만 개발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관광 케이블카의 반대편 정류장이 들어서는 이기대는 부산 갈맷길의 최고 코스로 꼽힐 만큼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기대 거의 전 지역은 공원지구와 자연녹지다. 이기대에 서식하는 반딧불이와 앞바다의 상괭이, 아름다운 갯바위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생물종이고 자연이다. 특히 반딧불이는 자동차 불빛은 물론 밝은 달빛만 비춰도 숨을 만큼 예민한 곤충이다. 부산 남구는 축제를 매년 개최해 반딧불이를 소중히 보호하고 있다. 해상관광 케이블카 운행이 이들 생물종에 긍정적 영향 보다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높다.
조망권 우려하는 해운대 주민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반발
부산 해상관광 케이블카로 인한 환경성 교통성 공공성 등 피해는 부산시민 전체가 지게 되지만 가장 직접적인 피해지역은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지나가는 부산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일 수밖에 없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박재범 남구청장 등 관련 자치단체장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업” “절대 불가”를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 우3동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마린시티가 포함된 곳이다. 해상관광 케이블카는 마린시티 해안선 끝 부분에서 불과 149m 떨어져 초고층 아파트단지 앞바다를 지나간다. 케이블카는 높이 151m의 3번 해상지주를 지나 동백섬 앞에 설치되는 높이 70m의 보조지주까지 고도를 낮춰가면서 마린시티 초고층아파트 앞을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운대 동백유원지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의 경우는 반대로 고도를 올려가면서 마린시티 아파트를 거쳐 이기대 쪽으로 간다. 조망권 피해를 직접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해운대구 우3동 주민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나 ㈜부산블루코스트가 부산시에 사업제안서를 공식적으로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재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대표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격렬하다.
한 주민은 아파트 앞으로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을 “안경 앞에 줄을 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주민은 “매일 수 백 번, 수 천 번이나 케이블카를 타고 지나가면서 집 안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어댈 것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분개했다. 이 주민은 또 “동백섬과 해운대 등 천혜의 자연경관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며 “만일 부산시에 사업 제안이 들어가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3동 동사무소에 만난 주민도 “업체 측에서 돈을 뿌려가면서 숙박업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분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