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⑰ / 칼럼니스트 박기철
다음 글은 ‘총-균-쇠’처럼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정복했던 역사와 달리
생태문명 차원에서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의 제안이다.
유럽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나는 좀 무섭다. 전시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의 나라들을 가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을 꼭 둘러 보아야 한다는데, 한정된 시간에 접해야 할 것을 선택하라면 나는 과거의 유물 유적들보다 지금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현실을 접하는 편이다. 나는 미술학도나 고고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우연히 미술관을 들어가서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공짜라서 부담없이 들어갔다. 몬주익공원에 있는 카탈루냐국립박물관이라는 곳이었다. 희한하게도 무슨 이유인지 내가 들어간 날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공짜로 보기에 미안한 엄청난 규모의 고품격 미술관이었다.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그림이 눈에 확 들어 왔다. 알시나(Ramon Alsina 1826~1894)라는 작가의 ‘여성의 뒷 나신(Female nude from ehind)’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여성의 나체를 아름답게 그린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렸다는 점이다. 만일 아름답게만 그리려고 했다면 왼쪽 등 뒤에 주름진 살을 흉하게 그리지 않고 말끔하게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는 있는 그대로 그렸다. 둔부도 날씬하기보다 뚱뚱하다. 아프로디테(Venus)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쁘지 않은 모습마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바로 그 점이 가장 아름답다. 여성 신체 곡선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는 그 점을 멋지게가 아니라 생생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을 떠올렸다. 바르셀로나 여기저기에 산재한 가우디의 건축물들의 특징은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하늘, 구름, 바람, 식물, 곤충 등 자연에 존재하는 곡선의 모습을 건축물에 반영했다고 하는데,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 모습도 반영하지 않았을까? 평생 여성에게 한번도 사랑받지 못하며 독신으로 살면서도 그는 남성으로서 여성에 대한 본성적 관심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본성을 그의 건축에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반영했을 것 같다.
그 생생함이 너무도 아름답다. 내가 본 ‘여성의 뒷 나신’이란 작품에서 여성의 주름진 등살이 생생하면서 아름답듯이. 아름다움이란 억지로 꾸며서 되는 것은 아닐 게다. 자연스럽게 생생하게 드러날 때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