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영상은 그냥 정해진 규격 화면 안에서 보여지는 영상만을 보는 방식이 아니다. VR 영상은 마우스로 화면을 끌면 화면이 이동한다. 위로 끌면 화면이 위로 이동하면서 그 화면의 위를 보여준다. 마우스로 화면을 왼쪽으로 끌면, 화면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금 화면의 왼쪽 모습을 보여준다. 계속 왼쪽으로 끌면 어찌 될까? 그건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것과 같으니까 처음 마우스가 출발한 화면이 보이게 된다. 독자 여러분도 이제 아래의 VR 영상을 마우스로 이리저리 끌면서 보이는 화면의 360도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체험해 볼 수 있다.
VR 영상으로 자동차 사건 현장을 찍어 인터넷 신문에 올리면, 독자들은 사건 현장의 주변을 모조리 탐색할 수 있다. 화재가 난 건물도 독자들에게 속속들이 돌아다니며 보여줄 수 있다. 콘서트 현장을 VR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화면을 마우스로 이리저리 돌리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무대를 비롯해 관객석도 두루 쳐다 볼 수 있다. VR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구글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도 360도 VR 영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VR 영상을 접하고 있다.
그런데 현존하는 대부분의 VR 영상은 순수하게 그 공간을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는 실사 촬영 위주다. 이때 사용되는 도구는 360도 촬영하게 해주는 VR용 특수 카메라다. 그냥 카메라로 360도 실제 현장을 찍어 보여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러 가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예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구현해서 VR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는 없을까? 최근 국내 한 모션 그래픽 업체가 카메라로 360도 현장을 찍어서 만든 VR 영상이 아니라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VR 영상을 만들어 일반에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위 VR 영상이 바로 그들의 작품이다. 이들이 만든 화제의 VR영상 작품 이름은 <Beyond the Sky VR>이고, 이를 만든 업체 이름은 AIXLAB(에이아이엑스 랩)이다. AIXLAB은 여러 가지 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방송과 광고 컴퓨터그래픽(CG),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제작하고 있는 젊은 영상벤처다.
AIXLAB의 이상수 대표는 처음 VR 콘텐츠를 접한 뒤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받았다. 그는 VR 영상이 현실 세계를 360도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로 찍는 실사 VR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환상적인 가상의 VR 세계였다. 이상수 대표는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기반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그래픽 VR 세계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걸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수 대표는 AIXLAB을 공동 설립하고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황갑환 대표를 비롯한 회사 식구들과 올초부터 일련의 심각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주제는 그래픽으로 VR 영상을 구현해 보자는 것이었다. 실사 VR 영상은 특수 VR 카메라를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그래픽으로 360도 움직이는 영상을 만드는 작업툴이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은 사각 프레임 속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그래픽 영상을 제작해 본 경험은 많았지만, 360도를 한 화면 속에서 다 보여주는 VR 영상은 기존의 그래픽 제작 툴 사용방법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AIXLAB은 3D 그래픽을 제작하는 툴인 Maxon 사의 Cinema 4D를 사용해서 불가능할 것 같은 VR 그래픽 영상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때까지 국내에선 Cinema 4D를 이용해 360도 회전하는 VR 그래픽 제작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상수 대표는 “VR 영상 체험자들에게 몰입감이 높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제작자들은 360도의 공간을 이해함과 동시에 이에 맞는 새로운 기술적 부분을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서 하나하나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그들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새로운 가상현실 세계를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그들이 생각한 360도 회전하는 입체 영상 제작 방식은 마치 평면에다 지구 지도를 그리고, 그것을 잘게 나누어 둥근 공에 붙이면, 결국 그것이 지구본이 돼서 360도 회전하면서 지구본의 모든 측면을 두루 보여주는 방식과 같은 것이었다. 각고의 테스트와 시행착오 끝에 무더운 여름이 가고 초겨울에 들어선 최근, 드디어 AIXLAB은 VR 애니메이션 영상 트레일러인 <Beyond the Sky VR>을 완성했다. <Beyond the Sky VR>은 체험자가 직접 동화처럼 환상적인 세계 속을 누비는 듯한 느낌을 받게 제작됐다. 이를 접한 체험자들은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서 "몰입감이 아주 좋다. 이런 퀄리티의 VR 콘텐츠는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Beyond the Sky VR>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일반적인 3D 그래픽을 만드는 툴로 VR 그래픽을 만들어 낸 사실에 주목한 3D 제작 툴 공급회사가 연락해 오기도 했고, 굴지의 IT회사가 합작을 논의해 오기도 했단다. VR 영상은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VR 게임은 이미 상용화됐고,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VR 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있으며, 교육 분야에서도 VR 영상은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이상수 대표에 의하면, 단순 VR 영상에 그래픽이 더해져 몰입감이 극대화된 AIXLAB의 VR 영상은 당장 기업이나 제품 광고에 많이 이용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VR 영상은 그 자체가 새로운 광고 매체가 될 수 있고 방송 영상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수 대표가 생각하는 VR 영상의 전망은 밝다. 그는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VR 시장에서 VR 영상은 VR 게임을 필두로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파급력이 큰 플랫폼들을 등에 업고 빠르게 그 영향력을 전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상수 대표는 “VR 영상은 조만간 폭발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실제 여러 방면에서 실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AIXLAB은 더 많은 사람들이 VR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AIXLAB은 현재 체험자와 화면이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VR 콘텐츠'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제 우주 공간과 바닷속을 누비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상수 대표는 “앞으로 AIXLAB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꾸준히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AIXLAB의 이상수 대표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가족 모두가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영향으로, 그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 2005년에 홍익대에 입학해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이상수 대표는 학생 시절부터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당시 함께했던 친구 황갑환 대표와 함께 설립한 것이 바로 AIXLAB이다. 이상수 대표는 현재 대학에 출강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업계 실무자들을 교육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