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의 한 실내 게임장에서 사람들이 특이한 헤드셋을 착용하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고 제 자리에서 멈춰 선채 게임을 그만하겠다며 덜덜 떨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신 테코놀로지 VR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최근 들어 VR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장이 늘어나고 있다. VR게임은 단순히 앉아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가상현실에 직접 뛰어들어 게임을 하는 것이다.
VR게임방은 전국에 13개가 영업 중이다. 부산에는 남포동과 서면 두 군데가 개장했으며, 최근에는 광주와 대구에도 생기는 등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VR게임은 개인이 집에서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고가의 기기를 장만하는 것도 문제지만 움직임을 감지해주는 센서를 설치할 여유있는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 특히 처음에는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을 익히기도 어렵다. 그래서 VR게임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임방이 늘어나고 있다.
VR게임은 헤드셋을 착용한 후 '바이브'라고 하는 게임기를 손에 쥐면서부터 시작된다. 바이브는 게임 이용자의 동작을 가상현실에서 인식시켜 주는 장치. 번지 점프 게임은 헤드셋을 착용하면 본인이 실제로 높은 건물 위에 있는 듯한 가상현실이 나타난다. 건물 사이에 걸쳐진 판자를 따라 걸어나가 케이크를 가져 오는 게임이다.
게임장을 찾은 대학생 이진영(24, 부산진구) 씨는 번지점프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 동안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더니 게임을 그만하겠다고 외쳤다. 이 씨는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진짜도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번지점프 게임을 시도해 봤지만 진짜로 높은 건물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서운 생각에 게임을 중도에 포기했다. 아직도 손에 땀이 난다”고 말했다.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즐겼다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박재용(32, 부산남구) 씨는 “저녁을 먹고 애들이 오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 너무 어린 애들은 좀비슈팅 게임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내가 해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진짜 바로 눈 앞에서 좀비들이 달려 들어 깜짝 놀랐다. 다음에는 직장 동료들과 같이 오고 싶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타기도 가상현실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기존의 VR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기에 탑승을 해야 한다는 것. 이 기기는 탑승자가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움직인다. 탑승한 후 헤드셋을 착용하면 본인이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가상현실이 보인다.
직장인 김지예(26, 부산북구) 씨는 평소에 롤러코스터 타기를 좋아해서 VR게임으로도 가능하다기에 VR 게임장을 찾았다. 김 씨가 기기에 타고 헤드셋을 끼니 어느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현실감에 사로잡혔다. 김 씨는 "떨어질 때는 기기 앞에서 바람까지 흘러 나와서 실제로 타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비명을 지를 뻔했다”고 신기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밖에도 VR 활쏘기 게임, VR 좀비 슈팅 게임 등도 인기를 끈다.
VR게임방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박기훈(24, 부산진구) 씨는 “평소에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번지점프 게임이나 좀비 슈팅게임이 인기가 많다”며 “신기해하는 손님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재밌다. 나도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가끔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게임 조작법이 너무 어렵다고 하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VR게임방 이용 금액은 100분에 1만 5000원. 이용하는 시간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진다. 입장할 때 칩이 달린 목걸이를 주는 데 이용 시간이 끝나면 이 목걸이에 진동이 울린다.
VR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VR을 이용한 게임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이제는 현실과 구분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 높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으며 평소 현실에서 해볼 수 없는 것들을 가상현실에서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VR게임장도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VR게임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