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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료에 최소주문금액까지.. 소비자 불만에 업주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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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료에 최소주문금액까지.. 소비자 불만에 업주도 운다
  • 취재기자 이지은
  • 승인 2019.09.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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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한 달 945만 명·6320억 이용...배달시장 날로 확장
배달료·최소주문금액 제도 피하려 자체 배달앱 운영 대응
최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배달료 받을 거면 최소주문금액 없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배달료를 내지 않던 과거엔 최소주문금액을 이해했지만, 요즘은 배달료를 따로 지불하기 때문에 최소주문금액이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최소주문금액과 배달팁을 제시한다(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처).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최소주문금액과 배달팁을 제시한다(사진: ‘배달의 민족’ 앱 캡처).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글쓴이 의견에 동의하는 누리꾼들은 “배달료도 내는데 최소주문금액은 맞지 않다고 본다”, “배달료 3000원 이상 받는 곳은 최소주문금액 없애야 한다”, “배달료 2000원 3000원 솔직히 계속 시켜 먹다 보면 무시 못 하는 돈이다” 등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에 불만을 표했다. 반면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누리꾼들은 “배달대행비용이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000원 이상이다”, “주문자가 100% 배달료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업주와 나눠 일부만 부담하는 거다”, “최소주문금액이 없으면 마진이 남질 않는다”와 같은 의견으로 반박했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2018년 재무 실적을 비롯한 배달의민족 주요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 이용 업주들의 매출은 5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17년 약 15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을 넘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요 배달앱 결제금액과 결제자수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사진: 와이즈앱 제공).
주요 배달앱 결제금액과 결제자수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사진: 와이즈앱 제공).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모바일 배달앱 이용도 급증하고 있다. 앱 분석기업 와즈앱이 9월 3일, 주요 배달앱 결제 금액과 결제자수를 추정한 결과, 주요 배달앱의 총 결제자수는 올해 7월 945만 명으로 지난해 7월 633만 명에서 312만 명이 증가했다. 총 결제금액 역시 올해 7월 6320억 원으로 지난해 7월 3880억 원에서 대폭 상승했다. 모바일 배달앱 이용 시 대부분의 음식점은 배달료와 최소주문금액을 함께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이용자의 불만이 늘고 있다. 실제 DMC 미디어가 발표한 ‘2019 배달앱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의 단점으로 배달비(64.8%), 최소주문금액(49%)과 같이 가격 요인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최소주문금액은 음식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1만~1만6천 원 정도이다. 배달료는 기본 1000원에서 3000원 정도로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기도 한다. 1인 가구가 한 끼를 해결하려고 이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자취생 안나영(22, 부산시 남구) 씨는 “배달음식을 이용할 때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다 먹지도 못하는 양을 시킨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배달료 2000원까지 낸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살은 살대로 찐다”고 말했다.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에 대한 업주의 입장은 분명하다. 최소주문금액이 없을 경우, 배달료 지출이 수익을 뛰어넘는 등 최소 마진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달료는 배달대행업체를 쓰기 때문에 건당 3000~5000원이 든다. 업주가 전부 부담하기엔 무리가 있어 비용의 일부를 주문자에게 부담시킨다. 배달대행업체를 쓰지 않으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시급을 낮게 주면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배달대행업체가 진행하는 방식을 설명하면, 먼저 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음식점과 배달원을 연결한다. 음식점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원을 보낸다. 음식점은 배달 건당 평균 3000~5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낸다.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기도 한다. 이때 배달원이 2500~2800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간다. 배달대행 프로그램 사용료로 배달앱을 만든 회사에도 70~80원을 줘야 한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배달대행비가 올랐다. 멀리가면 16000원 짜리 치킨을 들고 배달비만 5000원이 나온다. 그것뿐만 아니라 매달 총 건수를 잡아 운영회비를 내야 한다. 그것도 몇 십 만원씩 들어간다. 열심히 벌어서 배달대행비로 다 주고 나면 허망하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 ‘부릉(VROONG)’ 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지은).
배달대행업체 ‘부릉(VROONG)’ 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지은).
그렇다고 배달료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폭염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업계 종사자 단체 라이더유니온은 “건당 배달료를 인상하고 폭염 시 작업 중지권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달원에게 돌아가는 금액을 건당 4000원으로 올리고, 대신 한 번에 배달하는 주문을 3~4건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낮은 배달비 때문에 무리한 운전을 해야 하고, 결국 안전을 해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배달앱 자체를 이용하지 말자는 말까지 나온다. 한 누리꾼은 “배달앱을 쓰지 않고 직접 전화로 주문을 하면 배달료를 받지 않는 음식점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음식점은 배달앱에서 배달료를 받았지만 직접 전화를 하니 배달료를 받지 않았다. 음식점 주인은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며 “단골이 많아 전화 주문도 많기는 한데 배달앱에서 빠지면 신규 고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식점은 아예 자체 배달앱을 만들어 운영하는 분위기다. 맥도날드는 자체앱인 ‘맥도날드 앱’을 출시했다. 파리바게뜨는 ‘파바딜리버리’ 서비스를 구축했다. 교촌치킨은 ‘교촌 1991 주문앱’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맘스터치 역시 자체 앱을 출시하고 시범 서비스 중이다. 외식업계가 국내 음식배달 시장에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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