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집권 후 해외 대사 전전···김일성 장례식 보도서도 삭제
김정은, 권력 유지에 별 위협 아니라 판단해 귀국 허용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부이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 김평일 체코주재 북한대사가 30여 년간 해외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북한으로 귀국할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평일이 조만간 교체돼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야당 간사인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또 “김평일 누나 김경진의 남편인 김광섭 오스트리아 북한대사도 교체돼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 대사의 귀국 시점에 대해 “국정원으로부터 ‘아직 귀국을 하지는 않았으나 귀국할 것’이라고 보고받았다”며 “현재 자리는 유지하고 있으나 (후임자가) 내정된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1954년 김일성 전 주석과 둘째 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난 김평일은 김일성대 정치경제학과 출신으로 아버지를 닮은 외모와 우수한 성적 등으로 대학 시절부터 후계자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어머니 김성애는 김평일을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1970년대 초반부터 전처 김정숙의 아들인 김정일 위원장과 권력투쟁을 벌였으나 김정일이 이미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밀려났다.
1974년 김일성 주석의 공식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 위원장은 김성애의 자녀들인 김평일, 김평일의 누나 김경진과 동생 김영일을 백두혈통의 '원가지'가 아닌 '곁가지'로 분류하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시켰다.
이에 김평일은 1979년 주 유고슬라비아 주재 무관으로 발령이 난 뒤 줄곧 해외를 떠돌았다. 1988년에는 헝가리 대사로 부임했으며 1998년부터는 폴란드, 2015년부터 체코 대사를 지냈다.
1994년 7월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을 위해 일시 귀국했지만, 당시 북한 방송은 그와 어머니 김성애의 모습을 삭제한 장면을 내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숙부인 김평일 대사를 가까이 두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재외공관장들을 소집한 2015년 7월 제 43차 대사회의에 참석한 것 외에 북한에서 포착된 적이 없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뒤 김평일 대사가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도 이번 귀국길에 오르는 것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그가 이제 별 위협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평일 대사의 나이와 오랜 해외 생활을 근거로 세대교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평일 대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견제로 대사관에서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굉장히 고독한 생활을 해왔다”며 “이번 소환으로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정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외교라인의 세대 교체와 함께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