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씨(27)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화를 받으니 대뜸 자신이 시키지도 않은 피자를 배달해 준다고 하더니 주소를 확인해달라고 하였다. 이씨는 피자를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전화 너머 상대방은 이 번호로 분명히 주문전화가 들어 왔다고 금방 도착하니까 돈을 준비해 놓으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진짜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피자를 잘못 배달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걱정하고 있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오더니 아까 이상한 전화가 오지 않았냐고 사실 장난전화 어플을 이용해 자신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밝혔다. 진짜 피자 배달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어플로 꾸며진 장난이었던 것이다. 이 씨는 그제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씨는 “진짜 같은 전화에 소름이 끼쳤다”며 “어이없는 상황에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장난전화 애플리케이션이 실제 통화처럼 정교해지면서 이를 이용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 검색하면 수십 개의 장난전화 어플들이 나오는데 이 어플들을 다운받으면 장난전화를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어플에는 장난전화를 할 수 있는 여러개의 상황들이 나온다. ‘가짜 피자 주문’이나 ‘배달 오배송’과 관련된 내용, 심지어 “저번밤에 즐거웠다”며 다소 민망한 상황까지 설정을 해놓아 사생활 침해까지 우려되기도 한다.
장난전화 어플을 이용해 전화를 걸면 상대방에게 자신의 번호가 아닌 국제전화 번호나 다른 번호로 전화가 간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미리 설정된 상황에 맞게 녹음된 음성이 나오는 방식인데 상대방의 반응까지 고려해 시간을 일부러 띄어 놓는다든지 실제 통화처럼 정교하게 구성을 해놓았다. 심지어 전화번호 추적도 되지 않아 실제로 전화를 건 사람이 장난전화임을 밝히지 않으면 누가 전화를 했는지 이 상황이 실제인지 아닌지 상대방이 평생 모를 수밖에 없다.
장난전화 앱으로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과 같이 물질적 피해는 없지만 정신적 피해는 보이스피싱과 상응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적이 있던 박 씨(53)는 “옆집에서 소음이 심하다는 장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 옆집에 찾아가려고 한 적이 있다”며 “나중에 장난 전화임을 알고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웠지만 너무 놀라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너무 기분이 나쁘고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이러한 어플을 장난으로라도 이용하는 사람도 문제”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장난전화 어플의 기능이 정교화 되면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장난 전화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현행법상 장난전화는 상습적일 경우에만 처벌을 받는다. 또한 공공기관이 아닌 사설기관 즉 개인번호를 통해 장난전화를 하는 행위는 한두 번으로는 피해를 받았다고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고를 하더라도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관공서를 향한 긴급전화를 악용할 경우에만 거짓 신고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실제적인 위협을 느끼거나 금품 등을 요구할 경우에만 협박·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직도 경찰이 허위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일이 하루에 약 1100건에 달한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장난전화를 범죄가 아닌 단지 사소한 장난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장난으로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장난전화 어플과 같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어플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접근되어 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장난전화라는 하나의 범죄를 단순히 장난으로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어플의 단속과 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