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연인끼리 사탕을 주고받는 ‘화이트데이’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은 세계적으로는 3.14로 표시되는 파이(π)데이다. 파이의 날은 원둘레와 지름 간 길이의 비율인 원주율 값 3.14를 기리는 날이다. 원주율은 그리스 시대에도 계산되었으며, 동양에서는 5세기에 계산해서 사용했다는 흔적이 있다. 조선시대의 과학자들도 원주율을 계산했는데, 이를 밀률(密率)이라 불렀고, 기록에 의하면, 366/113, 즉 3.1415929 정도로 계산해서 사용했다. 3월 14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수학 관련 행사가 열리는데, 그날이 올해는 월요일인 관계로 기장군에 위치한 국립부산과학관에서는 지난 주말인 12일과 13일에 파이의 날 첫번째 행사가 열렸고, 연이어 3월 세번째 및 네번째 주말마다 같은 행사가 반복된다.
첫 행사가 열린 12일과 13일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손을 마주 잡고 데이트를 하러 나온 연인들로 가득한 부산 과학관 1층 기획전시실 앞에는 파이의 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행사장 안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앞에서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머리 둘레를 재어 직접 모자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모자 체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 몇명에게 원주율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큰소리로 “3.14159265…!!!!!!!”하고 다 함께 숫자를 끝없이 외쳤다. 아이들은 뿌듯한 얼굴로 수학 시간에 끝없이 이어지는 3.14 이후의 숫자를 외웠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는데, 수학인형극, 파이값 외우기 게임, 원주율을 몸으로 직접 계산해보기, 원주율을 이용해 모자 만들기 등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한 쪽 벽면에서는 원주율 값을 벽 한가득 적어 놓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원하는 4자리 숫자 찾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먼저 행사 진행 도우미에게 원하는 숫자를 말하고 벽면에서 숫자를 찾으면 된다. 어지러울 만큼 엄청난 숫자를 보고 또 보고서 겨우 숫자를 찾으면, 아이들은 도우미에게 숫자를 찾았다고 말하고 경품으로 초코파이를 하나 받는다. 파이데이에 초코파이 경품은 주최 측이 고안한 최고의 조합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초코파이 하나 들고 즐거워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길이 12m, 높이 6m의 대형 에어터널을 활용한 특별코너가 마련되어 교과서에 없는 수학 이야기, 꼭 풀고 싶은 수학퀴즈 등 직접 참여하는 행사가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돼 아이들과 부모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과학관을 찾은 김미연(35, 부산시 기장군) 씨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나들이 오면서 아이들한테 교육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행사여서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행사를 즐기던 최진우(3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이들 때문에 왔는데 같이 체험도 하고 또 나도 초코파이 하나 받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중학교 1학년 정이라(13, 부산시 금정구) 양은 “오늘 자동차 운전도 하고 숫자 찾기도 하고 이온 물질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것도 하고 진짜 재밌었다”고 오늘 즐긴 체험을 자랑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관 외에 1관 자동차·항공우주관, 2관 선박관, 3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으로 이루어져 있고, 천체투영관, 천체관측실 등 다양한 야외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과학관에서는 파이데이 행사 외에도 ‘부산의 과학자, 장영실전’이 열리고 있으며, 로봇댄스나 자이로스코프 등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