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10대 8명이 렌터카를 훔쳐 서울에서 대전까지 질주하던 중,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자는 만 13세로 무면허 상태였으며, 이 차량과 충돌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결국 숨졌다. 피해자는 개강을 기다리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오토바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이었다.
문제는 이 사고의 중심에 있는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만 13세인 가해자는‘촉법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는다. 위 사건 역시 차량에 동승한 7명은 가족에게 인계됐고 운전자 한 명만 소년원에 송치됐다.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도 가벼운 정도에서 끝나고,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해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절도, 무면허 운전, 사망사고 등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밖에 줄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황당한 건 가해자들이 여전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에 잡혀 조사를 받으러 간 순간에도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소년원 번호와 함께 ‘편지 많이 해달라’는 글을 SNS에 게시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인터뷰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렌터카 훔쳐 사망사고를 낸 10대를 엄중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 청원은 이틀 만에 70만 명을 돌파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초등학생 A 양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동급생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여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됐다. 이렇듯 최근 촉법소년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총 2만 8024명 중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의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인원이 77%나 차지했다. 과연 이러한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벌을 받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일까?
촉법소년들의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소년법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들에게 방패막이 된다. 가해자 인권과 미래를 보호하는 것이 피해자 인권보다 우선시돼서는 안 된다. 만약 소년법이 유지되더라도 살인이나 사망사고 같은 강력범죄에는 예외사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