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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총리공관 길에서 김상협 선생님과의 추억에 잠기고, 북촌 일대 한옥마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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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박사의 그리운 대한민국] 총리공관 길에서 김상협 선생님과의 추억에 잠기고, 북촌 일대 한옥마을을 돌아보다
  • 장원호
  • 승인 2020.06.06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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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공관을 지나며 대학 은사 김상협 총리님과의 추억을 생각하다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어린 학창시절 빡빡머리와 교복의 흔적을 만나다
잘 가꾸어진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에서 한국의 정취를 맛보다

2018년 4월 10일 점심에 고려대 임상원 교수와 약속이 있어서 아침 일찍 북촌으로 향했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조선시대 양반들의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옛길과 물길의 흔적이 남아 있고, 1900년 이후부터 급속하게 늘어나 한옥마을이 조성됐다고 한다.

나는 방배동에서 406번 버스를 타고 조계사 앞을 지나 안국동 정류장에 내렸다. 풍문 여자 고등학교가 입구에 있는 길로 올라가서 삼청동을 돌아보았다. 이 길은 돌담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져 운치가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삼청동으로 나오니, 바로 경복궁 옆으로 민속박물관 입구가 보인다. 조금 위로올라가니 총리공관 입구가 나타난다. 나는 1980년대 초에 국무총리를 지내신 남재 김상협 선생님 시절에 총리공관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다.

경복궁 안에 있는 한국민속박물관(사진: 장원호 제공)
경복궁 안에 있는 한국민속박물관(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돌아가신 지 벌써 오래됐지만, 나는 남재 고려대 총장님을 고대 학창 시절부터 아주 가깝게 모셨다. 남재 총장님은 동아일보 신용순 이사와 이종 사촌 관계로서 신 이사는 남재 댁에서 어린 시절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신 이사는 80년대 초에 내가 재직하던 미주리대학 기자 연수에 참여하도록 내가 주선해서 미주리에서 1년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남재 총장님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주 존경하는 학자로서 어려운 시절에 총리를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 하고 총리를 맡으셨다. 남재 총장님이 총리로 계실 때, 나는 미국에서 서울에 나가면 꼭 총리공관에 들러 만찬도 대접받고 때로는 태능 골프장에서 멋지게 골프를 치기도 했다.

선생님은 혈당이 높아서 금주하셔야 되는데도 '마주앙' 흰 포도주를 즐기셨다. 선생님은 세상을 멋있게 살라고 하셨는데, 정작 본인은 오래 사시지 못하고 70대 중반에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더 없이 그리운 선생님이시다.

삼청동에서 가희동 쪽으로 가니, 오른쪽에는 잘 가꾸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있다. 미술관 입구에 '오설록' 제주 찻집이 있어서 차를 마시고 미술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다시 가회동 쪽으로 들어서니, 옛날 경기중학교 자리에 공원과 서울교육박물관이 서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옛날 교과서 책과 교복 복장들이 전시되어있다. 나는 일본강점기에 초등학교를 2년 다녔으며, 그후 이승만 박사의 제1공화국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교육박물관에 전시된 옛날 교복 복장은 바로 내가 어린 시절 입고 다닌 그 옷들이었다. 그때 중고등학생들은 머리를 빡빡 깍아야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머리를 기를 수 있었다. 지금 청소년들은 그때 학생들의 빡빡머리를 보면 웃음을 감추지 못하리라.

서울교육박물관(사진: 장원호 박사)
서울교육박물관(사진: 장원호 박사)

계동입구까지 걸어 나오니, 왼쪽에는 현대식 건물이 보이고, 길 주변에는 한복 의상을 팔고 빌려주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곳 주변은 모두 한옥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북촌 일대에서 한복을 대여해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북촌 일대에서 한복을 대여해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사진: 장원호 박사 제공)

현대식 건물 뒤로는 유명한 한정식 집 '용수산'이 있고, 계동으로 내려가면, 북촌문화센터가 보인다. 그곳을 잠시 들러 구경했다.

안국동에서 임상원 교수와 점심약속을 한 교보빌딩까지 나는 천천히 걸어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울의 공기가 나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목이 칼칼하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리마빌딩 지하에 곱게 차려진 한일관에서 임상원 교수 내외와 우거지 갈비탕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했는데, 값이 1만 4000원으로서 격조 높은 식사였다. 임 교수 부인께서는 아주 건강해 보였으나, 치과, 안과, 척추외과 등등 병원 다니는 게 일과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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