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한스 로스링, "세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가, 나빠지고 있는가" 질문 통해 팩트 체크
인간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세상을 부정적, 극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 경계해야
‘책 읽어 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팩트풀니스’를 설민석이 짧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찾아보니 빌 게이츠가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직접 선물한 책으로 화제가 됐던 책이라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이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30개 국가에, 세계가 점점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30개 모든 국가가 ‘나빠지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세계는 정말 계속 나빠지기만 했을까?
연구를 진행하며 통계학적으로 팩트 체크를 해보니 세계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은 1970년대와 비교하면 1/100으로 줄었고, 재해 사망률 또한 1/10으로 감소했다. 로슬링은 다만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머리말을 포함하여 몇몇 챕터에 세계에 관한 독자의 지식을 테스트하는 부분이 있어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틀려서 나 역시 세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저널리즘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2장 부정 본능, 4장 공포 본능이다. 부정 본능은 인간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 하나는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잘못 기억한다는 것은 사람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의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점진적인 개선과 발전 그리고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비해 뉴스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보도되지 않는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좋은 소식이 신문 1면을 장식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긍정적인 기사는 예외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라기보다는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 즉 언론 자체가 과거보다 발전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장의 공포 본능에서도 저자는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려움은 우리 뇌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진화와 관련한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 조상은 신체 손상, 감금, 독 등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런 위험 감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공포 본능을 일깨우고, 뉴스에서도 그런 본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날마다 볼 수 있다.
저자는 머릿속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고 지적하며, 뉴스에서 이러한 극적 본능을 자극하는 정보만을 주목하게 하여 세상을 과도하게 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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