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5년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부산의 무질서한 운전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부산은 방향지시등 점등률 16위,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14위, 신호 준수율 13위 등으로 운전행태 종합 순위에서 최하위로 평가 받았다. 지난해 경찰청의 부산 시내 교통질서 위반 단속 현황을 살펴 보면, 정지선 위반을 포함한 신호 위반이 5만 2,746건, 방향지시등 위반이 1만 9,862건, 끼어 들기가 21만 2,524건에 달했다.
이같은 운전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부산시와 부산지방경찰청은 '전국 꼴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고 교통 문화 캠페인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교통 법규 준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원활한 교통 흐름을 돕는 교통 정책의 시행과 효과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1일 부산경찰청은 도심의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한달음 교통순찰대’를 출범시켰다. 5개 권역에 교통경찰 111명으로 편성된 한달음 교통순찰대는 출퇴근길, 주말 상습 정체 구간에 집중 배치돼 교통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한달음 교통순찰대 발대 후 부산 시내 교통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출퇴근 시간대 정체구간의 평균속도를 자체 분석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4월과 6월 1일부터 26일간의 평균 통행속도를 비교한 결과, 출근 시간대 평균 2.2km/h(7.4%p), 퇴근 시간대 평균 0.6km/h(3.1%p) 빨라졌다고 밝혔다.
한달음 교통순찰대는 교통 정체 해소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점등 생활화’를 선결 과제로 삼고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단속과 홍보에 나섰다. 한달음 교통순찰대 관계자는 “교통 사고 예방 활동을 통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방향지시등 켜기는 도로상의 운전자들 간의 약속으로, 뒤따르는 차량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양보를 유도하고, 사고를 방지한다. 또,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난폭, 보복 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5년도 교통문화지수 종합 평가에서 부산시가 17개 시·도 가운데 5위,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4위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그러나 17위를 기록한 운전 행태 부문 개선을 통해 교통 안전이 확보된 부산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은 급차선 변경(방향지시등 미점등), 보행자 안전을 무시한 횡단보도 정지선 미준수 행위 등이 여전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교통 무질서 행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계도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5월 부산시는 부산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교통신호 위반, 끼어들기, 방향지시등 미점등 이 세가지 행위에 대한 연중 단속을 실시한다는 내용과 함께 ‘전국 꼴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게시했다. 이는 운전자의 무질서한 행태를 꼬집는, 자극적인 문구로 일종의 계도 효과를 노린 충격 요법을 행한 것이다.
하지만, ’교통 법규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활용한 현수막이 지정 게시대가 아닌 장소에 게시돼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이모(24) 씨는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하면서 정작 시가 법을 어기고 있다. 다른 효과적인 캠페인은 없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신강원 교수는 “시민 의식을 계도하겠다고 나선 부산시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운전자의 행태 개선을 위해 내건 현수막이 정작 운전자들의 시선에 잘 띄지 않고 있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수막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려 있고,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 측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고상선 박사는 “운전자의 교통법규 준수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자극적인 문구를 내건 충격 요법이 시도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정작 그 문구가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들의 눈에만 잘 보이게 설치된 건 문제”라고 말했다.
고상선 박사는 교통안전공단의 교통문화지수 결과에 따른 단발적 행정이 아닌 지속적인 계도와 교통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 의식 전환을 유도하는 교통 정책과 캠페인은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 시민들의 운전 행태를 개선하는 것은 도시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차원의 일이다. 전국 꼴찌라는 타이틀을 벗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운전 행태에 대한 계도 문구와 방법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고 박사는 “복잡하고 좁은 도로, 극심한 교통 체증 등 환경적 측면은 무시한 채 운전자의 행태만 나무라선 안된다. ‘열악한 환경에도 부산 시민들이 이만큼 잘해 왔다. 앞으로 더 잘해 보자’는 식의 메시지가 담긴 캠페인 문구로 시민들의 동참 의식을 이끌어 내야 한다. 주요 교차로에서 타워형 게시대 같은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웹툰, 만화 캐릭터 등 시각화, 영상화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등 시민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획기적인 캠페인이 기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무질서한 운전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범칙금과 벌점’이라는 가벼운 행정 처분과 간소화된 운전 면허 시험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등 교통 법규를 위반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일정 금액의 범칙금과 벌점 처분을 받게 된다. 벌금은 재판 절차를 거쳐 일정금액을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형사 처벌로서 전과 기록에도 남지만, 범칙금은 다르다.
기본적인 교통 법규를 지키는 것은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고 박사는 “범칙금 얼마만 내면 해결되는 일이라고 여겨서 기본적인 교통 법규 조차 지키지 않는다. 운전자가 교통 법규 위반으로 적발되어도 범칙금과 벌점으로 처리될 뿐 법원 출두 명령이 떨어진다거나 당장 생활이나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범칙금 얼마만 내면 해결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니까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다. 벌칙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플랜카드에 관한 지적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지적이라 좋았습니다.
언제나 시빅뉴스를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기획기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시빅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