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지난 9일 시중에 판매·유통되고 있는 ‘속눈썹 접착제’ 제품 20개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함량 시험 검사와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충혈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최대 2,000배 넘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메탄올 물티슈 사태' 등으로 생필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채 아물지 않은 때에 발표된 이같은 조사 결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많은 여성들이 눈을 키우고 뚜렷하게 보이기 위해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있다. 속눈썹을 자주 붙인다는 대학생 윤소정 (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속눈썹 접착제의 사용은 미용의 필수 과정이라고 말한다. “예쁜 눈을 만들기 위해 제 주변 또래 여자들 절반은 속눈썹을 붙이는 것 같다”며 “속눈썹 미용에서 접착제 사용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 결과, 11개 제품에서는 기준치(20㎎/㎏ 이하)의 740~2,180배 (1만 4,800~4만 3,600㎎/㎏)의 폼알데하이드가, 9개 제품에서는 톨루엔이 기준치(20㎎/㎏ 이하)의 1.9~414.5배(38~8,290㎎/㎏)가 검출됐다. 폼알데하이드 기체는 시야를 흐릿하게 하는 등 눈에 자극을 주고 눈이나 피부에 닿을 경우 화학적 화상이나 따가움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톨루엔은 눈에 닿을 경우 충혈과 통증을 가져올 수 있다.
피부에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걱정과 불신이 더 커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민혜정(27, 부산시 북구) 씨는 “피부와 직접 맞닿을 수밖에 없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서 걱정된다”며 “도대체 어떤 제품을 믿고 사야 하는 건지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성대 화학과 안택 교수는 “폼알데하이드, 톨루엔과 같은 유해물질은 피부와 직접 접촉 시 부작용이 일으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며 “특히 안구와 같이 민감한 부위에는 더 치명적이므로 생산 회사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사업자에게 권고해 안전기준 위반 제품을 회수하고 표시사항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또 환경부에 속눈썹 접착제에 대한 안전 및 표시 관리 강화와 메틸메타크릴레이트 관련 기준 설정을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위해 우려 제품의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환경부 고시)'에 속눈썹 접착제의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방안을 포함시키는 한편, 안전·표시기준 부적합 제품에 대해선 회수·개선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병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