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되자, 주요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다섯 가지다.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뉴욕타임스,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국 언론들도 한국에서 재계 인사가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삼성 후계자 이재용, 뇌물죄로 구속되다(Lee Jae-yong, Samsung Heir, Is Arrested on Bribery Charges)'는 제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부패 혐의를 인정받아 특검에 구속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놀라운 일(sensational news)'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최대 재벌인 삼성의 총수가 범죄 혐의로 구속된 첫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이어 이번 구속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렵게 얻은 승리”라고 표현하며 “특검이 두 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끝에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다”고 강조했다.
미국 AP통신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신문은 “삼성의 후계자가 뇌물 등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이 재벌에 관대한 한국에서 구속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번 구속으로 특별검사팀이 더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문은 “역사상 최초로 삼성 총수가 구속된 만큼, 그의 구속은 한국 재계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사상 처음으로 삼성 총수가 구속됐다”며 “이 부회장은 뇌물이 아니라 정치적 기부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부회장의 입장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신문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 경영 활동에 미칠 타격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은 한국 경제의 20%를 담당하는 대기업”이라며 “갤럭시7 사태로 모바일 분야에서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구조조정 계획, 전략적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접한 국내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뉘고 있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반겼다. 네이버 아이디 ksyb** 씨는 “나라 경제를 우려하는 것보다는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 rich*** 씨는 “경제 때문에 법 위에 있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금수저라는 이유만으로 총수에 있는 게 오히려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경제적인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이디 1002**** 씨는 “(삼성 위기가 촉발되면) 삼성 그룹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나”라며 “삼성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이 기업인을 부리려고 하는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며 “(재계를 처벌하기보다는)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