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 업주들, 슬며시 다트 쥐여주곤 초과요금 요구...관광객들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분통 / 정인혜 기자
유원지의 인기 놀이거리인 풍선 터트리기 게임장의 바가지 장사가 관광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풍선 터트리기는 주어진 화살 또는 표창으로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풍선을 터트리는 게임으로, 일정 개수 이상의 풍선을 터트리면 경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게임당 3,000~5,000원의 요금을 주면 다섯 발 정도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풍선 터트리기 게임장에서 요구하지도 않은 화살을 은근슬쩍 손님에게 넘겨주고는 나중에 과금하는 방식의 바가지 장사를 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3,000원어치 게임을 하겠다고 말하고 다트 다섯 발을 받았는데,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고 게임 중 몇 발을 슬쩍 더얹는 식으로 영업하는 행태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
직장인 조혜민(26) 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온 지인과 함께 부산의 한 유원지를 찾았다가 이같은 사기(?)를 당했다. 5,000원을 내고 10발을 받아 게임에 나선 조 씨는 몇 발째인지 모르고 게임을 즐기다 어느 순간 많이 던졌다는 생각이 들어 업주에게 10발 이상 던진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업주는 "10발 이상 던진 게 맞다"며 총 20발을 던졌으니 1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조 씨는 “애초에 5,000원어치 이용한다고 말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옆에서 계속 화살을 쥐여주기에 별생각 없이 던지다 된통 당했다”며 “돈도 돈이지만 관광지에서 사기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나빴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선 터트리기 게임장 앞에서는 업주와 관광객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풍선 터트리기 게임장이 밀집해있는 관광지 앞에서는 분을 삭이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다.
지난 28일 부산의 태종대 앞 풍선 던지기 게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유동민(19, 부산시 사하구) 군의 사정도 비슷했다. 개학을 이틀 앞두고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왔다는 유 군은 “완전 사기당했다”며 씩씩거렸다. 그는 “다섯 발만 하겠다고 했는데, 아줌마가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다트를 계속 주길래 서비스인 줄 알고 게임을 했더니 요금이 2만 5,0000원이나 나왔다”며 “두 번 다신 이쪽으로 놀러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업주들은 모르쇠 입장으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강압적으로 게임을 유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옆에서 게임을 권한 것인데 큰 문제가 있냐는 것. 한 업주는 “내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게임 실컷 다 해놓고 상품까지 가져가면서 계산할 때만 되면 다들 돈 못 내겠다고 난리를 친다”며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뻔뻔하냐”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들은 대체로 차갑다. 지역주민 김도연(33, 부산시 영도구) 씨는 “태종대에 올 때마다 이런 실랑이를 꼭 한번은 보는 것 같다”며 “관광객들 상대로 저러는 것 보면 나쁘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님과 업주 사이의 이같은 승강이는 관광지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관광지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유원지 인근 식당에서 장사를 하는 장모(41) 씨는 “좋은 건 금방 까먹어도 나쁜 인상은 한 번 각인되면 잊어버리기 힘들지 않느냐”며 “일부 바가지 장사꾼들 때문에 관광객들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입 걱정을 떠나서 지역 주민으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바가지 장사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