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은 생리대 10여 종에서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보도됐지만, 제품명이 공개되지 않아 여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1일 강원대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열린 ‘여성건강을 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판매량이 높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 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을 체온(36.5℃)과 같은 환경의 20L 챔버(밀폐 공간)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발암성 1급, 환경호르몬, 생식독성 등 20종의 독성 물질이 포함된 약 200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유기화합물질이 검출된 해당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어떤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조사한 제품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이니셜로 처리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브랜드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시간과 비용 문제로 일부 제품만 선정해 조사한 점, △현 시점에 유해물질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 △미국P&G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 수준보다 국내 생리대 검출 수준이 훨씬 양호했다는 점, △검출시험 목표는 생리대 유해물질 전반 문제 제기 및 제도 마련이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해하며 제품명을 공개해달라 아우성이다. 직장인 길정희(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생리할 땐 생리대, 아니면 팬티 라이너를 매일 하는데 그러면 365일 내내 발암물질을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질색했다. 대학생 이지민(24, 부산시 연제구) 씨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 씨는 “발암물질이 나오게 만들었는데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은커녕 리콜도 안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건강과 직결되는 여성용품에 이렇게 둔감할 수 있는가”하고 되물었다.
23일 시중 마트에서 생리대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매대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유해물질 검출 보도를 봤다는 최유진(36, 부산시 동래구) 씨는 “어느 게 문제 있는 제품인지 모르니까 안 쓸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해물질 검출 소식을 모르는 소비자도 있었다. 검출 사실을 알려주자 주부 김현숙(4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생리대가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팬티라이너 제품을 구매하던 김지영(31, 부산시 동래구) 씨도 “제품 이름을 알려주면 다른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을텐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제품명을 공개하는 대신 어떤 생리대를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향료가 들어있는 제품은 피하고,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 생리대는 삶아서 사용하라고 권했다. 또 팬티 라이너 사용을 줄이고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는 브랜드의 제품은 즉시 교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개 안하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 사용할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