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재미로 한 장난" 해명 불구, "무슨 염치로 대통령 나섰나" 비난 쇄도 / 정혜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과거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대학 시절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고 고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이 된 내용은 2005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의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부목이다. 고려대 법대 1학년생일 적 있었던 일이라며, 홍 후보는 같은 하숙집의 한 남학생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하숙집의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일을 소개했다. 결국 하숙집 동료들은 돼지흥분제를 구해줬고, 이 남학생은 맥주에 이 약을 타 먹인 후 여학생을 여관으로 데리고 갔지만, 여학생이 깨어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고 홍 후보는 이 책에서 서술했다.
이 에세이를 발췌한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발췌된 뒷 장에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홍 후보는 21일 자신이 성범죄 모의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코엑스에서 무역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같이 하숙하던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며 “책의 포맷을 보면 내가 관여한 듯이 해놓고 후회하는 것으로 해야지 정리가 되는 그런 포맷”이라고 덧붙였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21일 오전 t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당 차원에서 다시 사과했으나, 이 사과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 대변인은 “당시에도 책에서 이미 잘못된 일이라고 반성했고 지금 생각해도 잘못된 일”라며 “그것이 불쾌했다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상황에서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너그럽게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비판을 샀다.
직장인 이진우(33, 부산시 사하구) 씨는 “대통령 후보가 과거 성범죄를 모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홍 후보 논리라면 성범죄자들이 '혈기왕성해서'라고 변명하면 다 면죄부를 줘야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분노했다. 취준생 이미영(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설거지 논란에 이어서 홍 후보의 여성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이를 접한 상당수 유권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홍 후보를 비판하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 “당장 자유한국당 당원들, 특히 18명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유일한 여성인 나경원 의원이 나서서 홍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것을 촉구한다”며 “만일 홍 후보가 후보직을 억지로 유지할 경우 우리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도 “홍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없음을 선언한다. 즉각 후보에서 사퇴하라”며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세탁이 아니라 격리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역대 보수 정당 후보 중에 최악의 후보”라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