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 ‘랜섬웨어’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커들이 감염된 컴퓨터를 복구하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포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해커들은 사용자의 문서 등 개인 파일을 암호화해 파일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후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요구 금액은 300달러(한화 약 34만 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다.
해커들이 요구한 비트코인은 디지털 통화, 즉 가상화폐다. 가상화폐이다 보니,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 장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계좌를 만들 때 아이디와 패스워드 외에 별다른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익명성도 보장된다. 비트코인은 전문 거래소에서 일대일로 직접 거래되지만,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송금 및 환전 수수료가 없어 거래 비용이 싸고,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장점 중 하나다.
이 같은 특징으로 비트코인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외신은 랜섬웨어 사이버공격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비트코인을 꼽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일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이 하루 평균 4000건에 육박한다”며 “익명성이 보장된 가상화폐의 바른 증가 속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비트코인이 범죄자들의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비트코인 전체 거래 금액의 1.5%가 랜섬웨어 공격자에게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랜섬웨어 피해자들은 컴퓨터 복구를 위해 해커들에게 비트코인 100억 원가량을 지불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해커에게 돈을 송금하기보다는 컴퓨터를 초기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랜섬웨어 공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비트코인 거래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트코인보다는 취약한 사이버 보안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트코인 개발자인 피터 토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랜섬웨어 공격이 심화되면서 비트코인을 문제라고 보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랜섬웨어 해킹이 문제라면 이번 사태의 원인인 컴퓨터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