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 반려동물 수술 금지 골자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간단한 치료도 막은 것은 문제" 반론도 / 김수정 기자
강아지 판매를 목적으로 개에게 발정제를 투여하고, 강제 임신, 제왕절개를 반복하던 강아지 분양업소 일명 ‘강아지 공장’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생겨 누리꾼들이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관련 법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어 세밀한 현장 지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의사를 제외한 사람의 반려동물 자가 진료 제한 및 무자격자의 수술 금지 항목을 담은 ‘수의사법 시행령’이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SBS <동물농장>, MBC <100분 토론>, <PD수첩> 등에서 동물 학대 내용(일명, 강아지 공장 사건)이 보도된 이후, 동물 보호 단체와 수의사 단체 등의 제도 개선 요구가 있어 수의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수의사법 시행령 12조는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 행위’는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자가 진료 허용 대상을 소, 돼지 등 축산 농가가 사육하는 가축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가 진료가 금지된다.
수의사를 제외한 사람이 자가 진료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가축사육업 허가 또는 등록된 가축(소, 돼지, 닭, 오리 등)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가축(말, 염소, 당나귀, 토끼 등)으로 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동물 학대 혐의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수의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5월에 방송돼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던 SBS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의 강아지 공장 편이 다시 주목받았다. 6개월 간의 밀착 취재 끝에 방영된 ‘강아지 공장’ 편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강아지를 사육하는 강아지 공장들의 참혹한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 네티즌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강아지 공장 편이 방영된 이후, 무분별하게 동물 학대가 이뤄지는 상황에 분노한 네티즌들의 서명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네티즌들은 관련 법규로 강아지 공장과 같은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은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저런 짓을 벌이다니 너무 끔찍하다”, “징역과 벌금형이 너무 짧다. 처벌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등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재룡(23, 서울시 강동구) 씨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은) 반려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느낌이 들어 좋은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연주(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강아지 공장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인간의 욕심 때문에 죄 없는 동물들이 희생당했는데 그나마 법이 개정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주현(31, 서울시 마포구) 씨도 "지금 기르는 반려견도 강아지 공장에 갔다가 불쌍해서 데려왔는데 이번 기회에 강아지 공장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자가 진료에 제한이 생긴 만큼 병원과 의사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이초희(21, 울산시 중구) 씨는 “섣부른 지식으로 자가 진료하거나 무자격자의 수술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과잉 치료의 부담과 고가의 진료비 때문에 동물병원에 가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법을 개정하는 것도 좋지만 병원과 의사의 양심적인 진료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국동물보호연합의 이원복 대표는 “번식 업소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진료 및 수술에 대해 뒤늦게라도 금지하는 법규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으로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업소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 이제용 사무관은 “불법적으로 기르는 개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는 모두 반려동물에 해당한다”며 “의료 목적이 아닌 이유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이번 개정안은 반려동물에게 행해지는 진료나 치료는 의료 행위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며 “하지만 동물 보호자들의 편의를 위해 선의로 행해지는 간단한 진료는 어느 정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의료법 사례와 해외 사례를 수집하고 법률적 검토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을 받아 자가 진료 사례집을 마련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