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6년을 맞은 민자 전철 신분당선이 노인 무임 승차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노인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받지 않는다.
12일 언론은 이 같은 소식을 일제히 타전했다. 이에 따르면, 신분당선은 지난 7일 국토부에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요금을 받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자금 운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신분당선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지난 2012년 80억 원에서 지난해 141억 원으로 6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신분당선이 건설 당시 정부와 요금 문제를 재협의한다는 약속을 한 것도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신분당선은 지난 2005년 3월 당시 건설교통부와 ‘신분당선 전철 민간 투자 사업 실시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개통 후 5년 동안 무임승차 대상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이후 무임승차 등 요금 문제를 재협의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한다.
신분당선 측은 협약 내용에 따라 운임 요금을 재협의해야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신분당선 측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시 협약 체결 당시에는 개통 이후 5년 동안 무임승차자 비율이 5%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무임승차자 비율이 16.4%를 기록하면서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신분당선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앞으로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신분당선 요금은 기본 요금 1250원에 별도 요금 900원, 5km당 100원이 부과되는 형식이다. 다만 국토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며 “아직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노인 무임 승차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해당 주제가 화두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철도공사의 적자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정부 부처 주최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무임승차 손실은 도시철도 운영 기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국도시철도 운영지차체 협의회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전국 6개시 도시철도 무임 승차자는 4억 2000만 명이며 운임손실은 5543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8395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 이 중 66%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임승차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편다. 지난 2010년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이를 전면 비판하고 나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김 총리는 총리공관 간담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가 혜택 받는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며 “왜 지하철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65세 이상이라고 무조건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고 노인 무임승차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김 총리는 대한노인회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신분당선 측의 주장처럼, 경영난을 이유로 노인 무임승차제에 반대하는 의견도 다수다. 지난 2013년 전국도시철도협의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다수 나왔다. 당시 서울메트로 김익환 사장은 “무임 수송 비용이 현재 연간 1400억 원에 이른다. 지하철 숨은 공간을 다 찾아 상가를 만들고 철도사업에 진출해 재정 여건을 만회해보려고 했지만, 한계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물론 노인 무임승차제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철도사 측의 적자 발생 원인은 방만 운영에 기인한 것이지, 노인 승차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회 복지 단체 한 관계자는 “노인들이 가끔 타는 전철 때문에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지하철 경영 적자의 원인을 노인 무임승차로 호도하는 아주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온라인에서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노인 무임 승차제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은 “인구 절벽은 현실이 됐고 생산 가능 인구도 추락하는데 감성에 호소하는 노인들 목소리만 대변해 줄 필요는 없다”며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수수방관하던 제도를 이제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하철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노인 무임승차제를 축소하거나, 연령대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고령화 시대에 65세를 노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출근길에 지하철 투어하시는 어르신들이라도 줄어들면 (지하철 혼잡도가) 한결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