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위안부·세월호·국정 교과서 관련 문건 정무수석실서 찾아내"...우병우, "난 모르는 일"/ 정혜리 기자
청와대가 지난 14일에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문건을 무더기로 추가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들은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의 수석비서관 회의록 등 1300여 건으로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 교과서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17일 기자 브리핑을 갖고 정무수석실 캐비닛에서 문건을 발견했다며 “자체적으로 잠겨진 캐비닛 등 방치된 문서가 있는지 추가 점검을 하던 중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정무기획비서관실 입구 행정 요원 책상 하단에서 다량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 문서들은 전 정부의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254건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문서를 비롯해 총 1361건에 달한다”며 “현재 254개 문건에 대한 분류 및 분석 작업을 끝냈고 나머지 문건에 대한 작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254개 문건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에게 지시한 업무 내용을 회의 결과 형식으로 정리한 것인데 문서 중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활용 방안,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 교과서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문건은 자필 메모이기 때문에 공개됐지만 이번에 발견된 문건은 공식 문서여서 제목만 공개됐다. 청와대는 이 중 적법하지 않은 지시 사항이 포함된 문건도 있다며 특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원본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 조치된다.
한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 불구속 기소)은 해당 문건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공판에 출석하는 길에 취재진이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우 수석 재임 중에 작성된) 캐비닛 문건들의 존재를 알고 있냐고 묻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문건 발견 발표에 정당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병우 전 수석 조사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문서 내용을 보면 왜 박근혜 정권이 마지막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 수색을 막았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청와대가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검찰에 이관한 만큼 검찰은 공소 유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적폐 5범 중 특검과 검찰이 오르지 못한 마지막 봉우리 우병우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증거 능력 없는 서류가 아니냐며 청와대가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오죽 답답하면 증거 능력 없는 서류라도 제출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느냐”며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종철 대변인은 “일각에서는 문서의 법적 절차 문제와 증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청와대는 문서의 법적 절차 문제에서 엄격한 점검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 전제 하에 가능한 문서들은 모두 검찰에 전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양순필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양 부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자료가 공개된 직후부터 이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며 현 정권과 구 정권 간 대결로 몰아왔다”며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는 것을 명심하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또 “청와대와 민주당도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길 바란다”며 “정부 여당이 ‘마치 건수 하나 잡은 것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순실이 모두 뇌물죄 적용을 피하고자 혐의를 철저히 부인하고 있지만, 더는 발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는 당초 1361건 문건을 모두 분석한 뒤 공개하려 했지만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석이 끝난 비서실장 주재 회의 문건 254건만 우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추가로 발견되는 내용이 있다면 즉시 보고·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계속해서 발견된 문건에 “더 파봐라. 더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밤새도록 문서 파기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다니 얼마나 부정부패가 심한 것인지 보여준다”, “우병우 이번에는 구속이다”, “청와대가 문건으로 여론 조작하는 것 아니냐”, “캐비닛에 있다니 좀 이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형신(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자유한국당이 심기가 불편하면 그게 중요한 문서라는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주부 이재순(55, 부산시 연제구) 씨는 “1000여 건이 넘는다는데 그게 어떻게 조작이겠냐”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 택시 운전기사 홍성동(6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청와대가 법 위반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래도 되냐”며 “서류가 찾으면 바로바로 나온다니 그것도 좀 이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