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한 김장겸 MBC 사장이 소환에 불응했다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사흘째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현직 방송사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일 김장겸 사장은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김 사장은 행사가 진행되던 이날 오후 5시 45분께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행사장을 빠져나갔으며 이후 자취를 감췄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 사장의 자택인 여의도 한 아파트와 직장인 상암 MBC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일 오전, 김 사장의 자택에는 아침에 배달된 신문이 그대로 있으며 평소 그가 타고다니는 검은색 세단도 주차장에서 찾을 수 없다고 전해졌다.
앞서 고용노동청은 MBC 노조의 고발에 따라 MBC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조사를 위해 세 차례 넘게 김 사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사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청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노동부는 그동안 김 사장이 기자, PD 등 MBC 구성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김 사장이 영장 집행 전 조사에 협조할 의사를 밝히고 자발적으로 출석한다면 영장을 통한 강제 구인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의 행보에 국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박주희(25) 씨는 “죄가 없고 억울하면 소환 조사에 응하면 되지 않느냐”며 “잠적하면 증거가 인멸되는 것도 아니고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금까지 잠적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비겁한 행동”이라며 “다음주 월요일까지 잠적하면 무단결근이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떳떳하면 출두해라”며 “김장겸 한 사람 때문에 MBC는 마비되고 자유한국당은 일 안하겠다고 보이콧 하고,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사장의 소재에 대해 MBC 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송윤석 사장 비서실장은 2일 향후 소환 일정과 관련해 "그 내용은 내가 잘 모른다"고 밝혔고, 김 사장의 행방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며 답을 회피했다. 청와대 역시 김 사장의 잠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MBN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