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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눈의 도시: 세계 3대 축제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Sapporo Snow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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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눈의 도시: 세계 3대 축제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Sapporo Snow Festival)’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9.08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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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 캐나다 퀘백·오타와의 윈터루드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눈축제이자,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Sapporo Snow Festival)’이 열리는 매년 2월은 삿포로의 호텔이 모두 만실이 되고 만다. 하지만 운 좋게 호텔을 예약했다 하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숙박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오도리 공원에 길게 늘어선 거대한 눈 조각상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과 관광객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니,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잠을 잘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약 200만 명이 삿포로를 방문하다 보니 숙소를 해결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삿포로 시내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오타루나 아사히가와에 숙소를 잡기도 하고, 간혹 기차로 3시간 이상 거리에 있는 하코다테에서 밤을 보내는 관광객도 많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축제라며 전 세계의 외신들이 앞 다투어 취재 경쟁을 벌이는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6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에 패한 우울한 분위기에 있던 삿포로 시민들을 응원하고자, 1950년 삿포로의 중, 고등학생들이 모여 6개의 눈조각을 오도리 공원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약 5만 명의 시민들이 이를 구경하러 거리로 쏟아졌다. 이게 출발이 돼서, 그후 해마다 2월에 눈축제를 개최해서 삿포로를 대표하는 겨울 행사로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삿포로 텔레비전 탑에서 바라본 스노우 페스티벌 전경. 길게 뻗은 오도리 공원 곳곳에 약 250개의 눈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사진: 목지수 제공).

1974년에는 석유 파동으로 눈을 운반할 트럭 연료가 부족하자, 눈조각 안에 드럼통을 집어 넣어 부족한 눈을 대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있었다. 같은 해부터 국제 눈조각 콩쿠르도 개최되어 세계의 랜드마크를 주제로 한 눈조각들이 제작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남대문, 2010년에는 백제왕궁, 2011년에는 삿포로의 자매도시인 대전 시가지가 조각되어 한국인 관광객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삿포로 지역 방송국들은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 현장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사진: 목지수 제공).

약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을 위해 5톤 트럭으로 7000대 정도의 눈이 조각상의 재료로 투입되는데, 준비는 물론 조각상을 해체하는 데에도 수많은 중장비들이 동원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형 조각상을 제작하는데 일본 자위대 장병들이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어마어마한 눈을 정교하게 조각하고 해체하는 일을 해마다 진행하다보니 군인들의 실력이 세계적인 아티스트 못지않다고 한다.

각 조각상마다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의 방송국들은 아예 방송 무대 전용 조각상을 제작해서 토크쇼나 노래 자랑 같은 공개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살을 에는 듯한 삿포로의 겨울 추위도 오도리 공원에서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만큼 즐거운 행사가 하루 종일 관광객들의 발을 묶어 놓는다. 약 250개의 조각상들이 오도리 공원을 가득 채우고 그 주위로 추위를 녹이는데 그만인 따뜻한 음식 노점들이 들어서는데, 겨울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거리에 모인 관광객들에겐 삿포로 라멘과 오뎅, 따뜻한 커피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각상마다 펼쳐지는 공연을 즐기다보면, 삿포로의 맹렬한 겨울 추위도 어느새 사라진다(사진: 목지수 제공).

겨울이면 도심 곳곳에 쌓여있는 눈은 삿포로 시민들에겐 보행에 불편함을 주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세계인을 불러모으는 훌륭한 관광 자원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쪽 지역의 도시들 그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눈을 매개로 한 대형 눈축제를 잘 키워온 삿포로는 이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눈축제의 대표 도시로 자리 잡았다. 각종 축제들로 도시 간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삿포로 눈축제의 성공 요인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개성있는 눈 조각들과 이벤트, 다양한 콘텐츠들도 한 몫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차가운 날씨와 눈으로 질퍽이는 노면 상태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축제 운영을 위해 애쓰는 자원봉사자들과 삿포로 시민들의 관광객에 대한 배려다. 어쩌면 시민들의 축제에 대한 사랑이 ‘삿포로 스노우 페스티벌’을 오늘날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 온 동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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