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는 800만 관객을 모으며 큰 흥행을 불러 일으켰다. 동계 올림픽하면 숏트랙과 피겨스케이팅만 떠올렸던 우리 국민들에게 이 영화가 스키점프의 짜릿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강하게 심어준 계기가 됐다. 게다가 영화 내용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영화의 감동은 더 크게 전해졌다. 스키점프 메달은 여전히 우리 선수들에게는 넘기 힘든 높은 벽이지만, 단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겨울 스포츠 종목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키점프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오랜 시간 스포츠팬의 사랑을 받아온 종목이다. 별다른 동력없이 단지 지형지물만을 이용해서 새처럼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 때문에, 얼마나 멀리 날아갔느냐도 중요하지만, 비행하는 동안의 안정적인 자세, 균형감 있는 비행 모습, 착지 상태의 안정감 등의 스타일 점수도 채점에 포함된다.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선수의 모습에서 관람객들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스키점프는 나름의 비행 미학도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스포츠 경기다.
일본은 이미 1931년에 스키점프대 시설을 갖추며 꾸준히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물론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금으로부터 90년 전에 이미 대규모의 스포츠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90년의 시간 동안 스키점프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꾸준히 경기장을 개선해 왔고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유지 보수를 거듭했다고 한다. 삿포로 시는 1972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비행거리 90m가 가능한 시설에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 공간을 만들어 이를 국립경기장으로 승격시켰다. 현재의 점프대는 선수들의 비행거리 100m 시대를 맞아 3년 간의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2000년에 완공된 것이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 경기장은 경기가 없는 기간에는 일반인들에게 전망대로 개방이 된다. 1982년에 만들어진 스키 리프트를 타고 천천히 300m 높이의 점프대 정상에 오르면 아래로 아찔한 스키점프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삿포로 시내의 전경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관람객들의 탄성과 함께 끝없이 넓게 펼쳐진 삿포로 시내를 바라보고 다시 리프트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 윈터 스포츠 뮤지엄을 만날 수 있다.
2000년에 문을 연 윈터 스포츠 뮤지엄은 동계 올림픽의 주요 종목들을 관람객이 가상의 상태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서 방문객들의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점프스키는 물론이고 피겨스케이팅의 회전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일본을 빛낸 동계 올림픽 스타들의 운동복과 메달, 스포츠 용구들도 전시되어 있고, 1972년에 개최된 삿포로 동계올림픽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여기서 만나 볼 수 있다.
50년 전에 개최된 동계올림픽을 지금까지도 도시의 이미지에 투영하고, 그 기억을 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들과 나누고자 하는 삿포로 시의 노력에서 다시 한 번 도시 브랜드 자산 관리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삿포로 시는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삿포로 시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1972년 올림픽 개최 당시의 경기장과 각종 시설들을 90%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1972년 올림픽 대회를 준비할 당시 먼 미래를 내다보고 경기장과 각종 시설을 조성한 덕이리라. 2018년 평창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연이어 아시아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사사포로 시의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다소 불투명하지만, 2034년 올림픽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삿포로 시는 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