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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맥주의 도시: 삿포로 맥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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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맥주의 도시: 삿포로 맥주 박물관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9.0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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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삿포로 시가 세계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72년 개최된 제11회 동계 올림픽 개최 덕분이었다. 올림픽은 일본의 작은 지방 도시였던 삿포로를 겨울 스포츠의 천국으로 전 세계인에게 강력하게 인식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삿포로가 세계인에게 친숙한 도시로 기억된 것은 전적으로 삿포로 맥주의 브랜드 네임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가 생산 도시의 이름과 같은 네이밍을 사용하게 된 건 후손들을 위한 고마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 팔려나가는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의 삿포로 맥주 덕에 삿포로 시는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1870년대 홋카이도의 개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홋카이도 개척사 사무소에서는 홋카이도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다양한 작물 재배를 시작했는데, 특히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와 홉의 수확이 괜찮았다. 삿포로 시는 저온 발효를 위한 얼음 공급도 충분해서 맥주 제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갖고 있었다. 독일에서 맥주 제조 기술을 익혀온 세이베이 나카가와가 맥주 양조장의 총감독으로 투입되면서 1876년 맥주 양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것이 일본에서 최초로 제조된 맥주인 삿포로 맥주의 시초였다. 당시 도쿄로 맥주를 선적하던 배에 홋카이도 개척사의 상징인 북극성 별이 그려진 깃발을 매달았는데, 이 별 모양이 자연스럽게 삿포로 맥주의 로고가 됐다.

삿포로 시내의 옛 맥주 제조 공장은 현재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890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은 홋카이도의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일본 최초의 맥주 공장이라는 자부심과 일본 유일의 맥주 박물관이라는 자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박물관에서는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맥주 제조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의 전경. 1890년에 지어진 건물이며, 홋카이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박물관 입구에는 초창기 맥주 제조 과정을 인형을 이용한 디오라마 형태로 전시해 놓았는데, 물을 끌어오고 맥주의 원료들을 가열 처리하는 장면들을 실감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형 솥인데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즙과 홉을 넣고 농축시켜서 홉의 쓴맛을 제거한 후 가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웅장한 솥과 파이프라인을 보면 마치 100여 년 전 맥주 공장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박물관 곳곳은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삿포로 맥주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는데, 옛날에 맥주를 담았던 병과 맥주 공장의 현판, 광고 포스터 등이 전시돼 있다. 일본인들의 과거 생활상을 엿보는 것 같아 맥주 박물관 견학은 매우 재미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대형 솥에서는 맥아즙과 홉을 농축시키고 가열시킨다(사진: 목지수 제공).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뀐 맥주병의 모양과 종류만 봐도 그 어마어마한 역사를 짐작케 한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맥주공장의 옛날 현판들. 오래된 현판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 온 관리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맥주의 역대 광고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가이드가 맥주 모델에 얽힌 사연을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맥주 박물관의 마지막 코스는 신선한 생맥주를 시음해보는 곳인데, 박물관 투어를 통해 삿포로 맥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서 그런지 이전에 마셨던 그 어떤 맥주보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마시는 맥주가 훨씬 더 맛있다. 한쪽에서는 투어 가이드가 맥주 맛있게 따르는 법을 설명해 준다. 천천히 잔을 기울여 따르다가 잔을 빠르게 세우면 맥주 거품이 풍부해지는데 맥주 거품이 맥주의 신선함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생맥주 시음코너.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맥주 박물관 가이드가 삿포로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방문한 고객들은 박물관 곳곳에 축적되어 있는 삿포로 맥주의 유산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삿포로 맥주의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바뀌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삿포로 맥주는 자신의 브랜드 자산을 십분 활용해서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 그뿐이랴! 삿포로 맥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삿포로 시의 도시 브랜드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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