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 한일월드컵이 열린 하이테크 복합시설 삿포로돔의 사후 활용
목지수 안지현
승인 2017.09.2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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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2002년에 열린 제17회 한일월드컵은 대회 운영이나 경기는 물론 대회 관련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의 신경전이 극심했다. 특히 유치 단계에서부터 팽팽하게 맞붙은 축구 경기장 건설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대규모 축구 전용 구장이 없었던 우리 나라는 서울, 전주, 서귀포 등에 축구 전용 구장을 마련하겠다는 플랜을 발표하며 유치 열기를 고조시켰다. 반면 일본은 삿포로에 축구와 야구 경기가 가능한 다목적 실내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게 되었는데, 서로의 경기장 건축과 기술력은 늘 비교의 대상이었다. 특히 삿포로돔은 당시 일본 건축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쇼케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하라 히로시(原 廣司)가 설계를 맡으며 건축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라 히로시는 쿄토역, 오사카 우메다스카이 빌딩 등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한 건축을 통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삿포로돔 역시 스포츠 경기장으로서의 기능적 부분은 물론 경기장 곳곳에 첨단 건축 공법과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해 하라 히로시의 대표적 작품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2001년 완공된 삿포로돔은 당시 약 4만 명 규모의 경기장이었는데, 2009년 개보수 공사를 통해 현재는 5만 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확장되었다. 경기장 한 곳에서 축구와 야구, 그리고 대형 공연까지 개최가 가능한 전천후 복합시설이 실내 돔 형태인 것은 삿포로돔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1987년에 완공된 부산 사직야구장이 1루와 3루 내야석을 이동시켜서 각종 행사나 미식축구 경기를 개최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야구 전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삿포로돔에서는 야구 경기가 열릴 때 인조잔디가 깔린 야구장 바닥을 사용하며, 그 사이에 천연잔디인 축구장 바닥은 돔 외부에서 햇빛을 받으며 건강한 상태의 잔디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축구경기를 위해 천연잔디 구장의 바닥이 경기장 안으로 이동할 때는 공기압을 이용해 바닥이 공중에 뜬 상태로 경기장 내부로 밀려들어간다.
이처럼 최첨단 기술이 총 망라된 삿포로돔을 구경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데 이들을 위해 약 1시간 가량의 돔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장 곳곳의 첨단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물론 덕아웃과 경기장 내부까지 참가자들이 들어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삿포로돔에는 3루 내야석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있는데 그것을 타고 올라가면 경기장 꼭대기에서 경기장을 내려다 볼 수 있고,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삿포로 시내를 파노라마처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훌륭하게 치러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짧은 기간의 국제 대회 이후 경기장 시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도시의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우리 나라 역시 훌륭한 축구 전용 구장을 확보해서 프로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삿포로돔을 통해 경기장 자체를 붐업시키며 스포츠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더 굳건히 쌓아가고 있는 삿포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