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에 300만 원짜리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 제기능 못해 예산 낭비 논란 / 김태우 기자
취재기자 김태우
승인 2017.12.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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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 안돼 음식물 쓰레기 마구 투입, 압축 기능 있으나마나 / 김태우 기자
부산 남구청 등 부산의 5개 구청이 설치한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이 비싼 가격에 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당수 쓰레기통은 시민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압축되면서 쓰레기통과 주변이 예전보다 더 지저분해졌다. 이 때문에 일부 쓰레기통은 압축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이전처럼 쓰레기를 자주 수거해야 한다. 한 대에 3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쓰레기통이 예산만 날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부산에 설치된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은 모두 서구 2대, 해운대구 2대, 사하구 4대, 수영구 4대, 남구 4대 등 모두 16대에 이른다. 쓰레기통 한 대는 300만 원으로 16대의 가격은 무려 4800만 원이다. 이 돈이면 30만 원짜리 일반 거리쓰레기통 160개를 구입할 수 있다.
대학교 근처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김모(25, 부산시 남구) 씨는 “압축 쓰레기통을 자주 사용하지만 일반 쓰레기통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300만 원으로 가격이 싼 쓰레기통을 구입해 사람 많은 곳에 분산 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은 부산시가 올래 스마트시티 사업의 하나로 각 구청에 소개한 것이다. 이 쓰레기통은 태양열을 이용해 최대 8배까지 압축이 된다. 또 쓰레기 적재량을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부산시의 소개를 받은 남구, 수영구, 서구, 사하구, 해운대구청은 이 쓰레기통을 쓰면 효과적으로 쓰레기를 관리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일부 금액을 시에서 지원받아 쓰레기통을 구매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문제점만 불거졌다.
남구, 해운대구, 서구청처럼 쓰레기통을 1대 씩 사용하는 경우 시민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특히 음식물이 든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다. 먹다 남은 커피나 음식물 등이 압축되면서 악취가 심한 액체가 흘러 나와 쓰레기 봉투 안이나 주변이 엉망이 되기 때문. 특히 일반 비닐을 쓰면 찢어질 우려가 있어 마대나 튼튼한 비닐 봉투,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은 수시로 쓰레기통을 수거하고 있다. 또, 쓰레기통 옆에 분리수거를 위한 마대, 봉투를 설치해 분리수거를 유도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쓰레기통 안에 버리고 있다.
서구 청소행정과 박모 씨는 “시민들이 커피 등 음식물이 든 컵이나 용기 등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게 가장 골치 아프다”며 “비싼 돈 주고 산 쓰레기통인데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영구 민락동 수변공원과 광안리, 송도 등 해수욕장 인근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올 여름 성수기에는 압축이 되기도 전에 쓰레기가 넘쳐 압축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더구나 비성수기 때에도 분리수거 문제 때문에 압축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영구 청소행정과 신모 씨는 “성수기(여름) 때는 분리수거도 안 되고 쓰레기양도 많아서 압축될 틈이 없다”며 “비성수기 때도 압축 기능을 많이 써야 기껏 2배 가량이다. 미화원이 수시로 관리하다보니 적재량 알림 기능도 잘 안 쓴다”고 말했다. 거액을 들여 구입한 쓰레기통이 일반 쓰레기통과 다를 바 없게 됐다.
부산시 자원순환과 박모 씨는 “현재 시범 사업으로 설치된 것이라 시민들도 쓰레기통을 잘 모르고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구청과 함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