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우리에 갇혀 평생 새끼만 낳다가 죽어가는 일명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최근 잇달아 보도돼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강아지 공장의 어미 개들이 비위생적 환경 속에서 새끼 낳는 기계 취급을 받으며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TV 영상을 통해 지켜본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전국에 이런 강아지 공장이 45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비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성에서 강아지 공장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브리더(breeder)’가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브리더는 말 그대로 동물을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강아지 공장과 달리 브리더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애정을 가지고 동물들을 다룬다.
7년 동안 푸들과 말티즈 브리더로 활동 해온 소성(38, 경북 경산) 씨는 “브리더는 해당 개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브리더가 되기 위해 국내외의 도그쇼(dog show)를 수차례 찾아보고 푸들과 말티즈들을 보고 배우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브리더들은 집안이나 마당에 견사를 지어 강아지들을 관리한다. 그 중 소성 씨는 집안에서 강아지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집안에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청결히 관리해 주고, 산실도 따로 두어 위생적인 환경에서 건강한 출산을 돕는다. 강아지를 비위생적인 환경에 던져두고 마구잡이로 새끼를 낳게 하는 강아지 공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브리더에게 분양받은 사람들의 만족도는 일반 애견샵에 비해 높은 편이다. 브리더에게 푸들을 분양받은 박주영(40) 씨는 “부모견들의 모습도 보고 모르는 것들도 많이 말해 줘서 좋았고 분양받아 키우는 중에도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좋았다”고 말하며 “브리더에게 분양받아 그런지 TV에 나오는 문제견들이나 다른 강아지들보다 훨씬 매너도 좋고 성격이 차분하다”고 덧붙였다.
브리더는 애완동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육이 있다. 안내견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키워지는 강아지들을 목적견이라 부른다. 브리더들은 성격이 유전되는 점을 이용해 그 목적에 들어맞는 형질로 브리딩한다. 그 외에도 경찰견, 폭발물 탐지견 등 목적견들은 철저한 브리딩을 통해 선별된 개들만이 될 수 있다.
최근 브리더들에게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라는 도전이 닥쳤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개정안은 동물을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경우 축사에서만 키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브리더들은 가정이나 마당에 견사를 만들어 사육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3월이면 이들 브리더들이 대부분 범법자가 되는 셈. 견주들도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주현석(24) 씨는 “요즘 다들 가정에서 키운 강아지들이 더 좋고 실제 분양 후에도 잘 적응하는 건 알려진 사실인데 정부의 정책이 사회적 인식에 비해 뒤쳐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성 씨는 “축사를 지으려 해도 시에서 신규 허가를 주지 않고 기존의 축사는 소나 돼지를 키우던 넓은 곳 뿐이라 구입하려면 3억 원 정도는 줘야 하는데 짧은 기간에 3억을 모으기도 힘들뿐 아니라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이자가 너무 높다”며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