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물놀이를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몰리고 있다. 대한민국 해수욕장 1번지 부산의 해운대 비치에도 수만 인파가 찾았다. 해수욕객들이 백사장과 바닷물에서 한참 놀다보면, 자연스럽게 허기가 진다. 그런데 피서객들은 간식을 사기 위해 해수욕장에서 멀리 가게들이 있는 곳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파라솔 밑에 앉아있기만 해도, 치킨을 들고 나타나는 상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소위 ‘이동 치킨 장사’ 대부분은 상거래 질서를 어기는 불법 치킨업자들이 고용한 알바생들이고, 이들이 불법 업자대신 경찰 단속에 걸리게 되며, 업자들은 뒤로 빠져 알바생들만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동 치킨 판매 행위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는 불법 상행위다. 그럼에도 무허가 치킨 업자들은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에게 치킨을 팔아 반짝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런 업자들은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오랜 시간 전에 튀겨진 닭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불법을 저지르게 때문에 이미 몇 년 전부터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런 불법 상행위는 거대 인파가 몰려 복잡한 부산의 광안리와 해운대 해수욕장 같은 곳에서 더 성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해수욕장 내에서는 무허가 상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각 지역의 관할 경찰서가 불법 상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왔으나, 일부 판매상들이 알바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숨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치킨 제조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일 알바생을 고용한다. 불법 업자들은 알바생들에게 하루 동안만 단속을 피해 치킨을 판매한다면 높은 임금을 현금으로 바로 지급한다고 유인한다. 통상 일당 4-5만 원 정도인 알바비가 치킨 판매 알바에서는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뛴다. 여기에 판매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있다. 그러나 업자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알바생들에게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주문한다. 해수욕장에서 치킨 판매 알바를 했던 대학생 박모(21. 부산 해운대구) 씨에 따르면, 그 근로계약서는 단속반에게 걸릴 시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찜찜했지만, 단속만 피하면 급여도 많고 하루만 일하는 거라 단속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지역의 해수욕장에서는 해변 내 스피커를 통해 바닷가의 불법 판매상에 대한 주의 방송을 하거나 단속반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불법 상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충남 대천 해수욕장의 경우, 불법 판매상이 적발되는 즉시 판매 물건을 압수하며, 3회 적발되면 벌금과 함께 해수욕장 강제 퇴출이란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일일 알바생을 여러 명 고용해 불법 상행위를 하는 업자들에게는 타격이 크지 않다. 대학생 임모(21. 부산 연제구) 씨는 작년 8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동 치킨 알바를 하다가 단속반에 걸려 치킨을 압수당한 적이 있다. 임 씨는 업자로부터 그 날 압수당한 치킨 금액의 50%만큼 절감된 임금만 받았다. 그는 “하루 일당이 깎인 것이 억울했지만, 일을 시작할 때 그렇게 계약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애초에 작성된 계약서가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것이라는 점을 임 씨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하루 일한 것이라서 괜히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도 귀찮았다”고 덧붙였다. 해수욕장 내 치킨 판매 알바생들에 따르면, 업자들은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알바생들은 파라솔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단속반을 발견하는 즉시 주변 피서객과 일행인 척하고 돗자리에 앉거나 인파 속으로 숨기도 한다. 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파라솔 사이로 알바생이 숨어버리면 단속반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해운대 여름 경찰서는 매년 단속반을 꾸려 해수욕장 내의 불법 상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단속반은 주말에 하루 평균 20건 정도의 불법 상행위를 적발하며, 여러 번 적발될 시에는 영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해당 상인에게 받는 정도의 조치를 취한다. 물론 자술서는 알바생이 쓰고, 뒤에 숨은 판매상은 단속과 아무 관련이 없게 된다. 해운대 여름 경찰서 관계자는 “시민들 스스로가 해수욕장 내의 상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피하는 것이 제일 좋다”며 “해변 내에서 치킨을 파는 일일 알바생들도 엄연한 불법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니 안하는 게 상책”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