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10월 초는 대단한 황금 연휴가 이어졌습니다. 10월 1일이 일요일이고 화요일만 공휴일이 아니니, 화요일 하루만 휴가 내면 1일부터 9일까지 열흘간의 공휴일이 연결됩니다. 3일이 개천절, 4일이 추석이고, 9일이 한글날이니, 올해 한국의 10월초는 모든 사람을 설레게 했습니다. 마침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둘째 아들 부부 유진이와 지형이가 대학에서 안식년으로 서울에 와 있어서, 우리 부부와 두 아들 가족이 이번 기나긴 연휴를 함께 보낼 계획을 세웠급니다. 우리 부부는 1일에 미국을 출발해서 2일 저녁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3일 하루를 쉬고, 4일 추석날에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낸 다음, 차 두 대로 강원도 평창으로 아침 9시경에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 평창 가는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꽉 차 있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하여 여러가지 도로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이제 올림픽이 3개월밖에 남겨 놓지 않아서 그때까지 완성될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 평창에 도착하니 이곳도 여기저기서 도로와 다른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올림픽 전에 모두 완성될 것 같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걱정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여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니 이번 동계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이 글을 쓴 이후 평창 올림픽은 다행히 전 세계의 칭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미국에서 들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IWANT'라는 콘도(아이원 리조트)는 시간제로 사용할 수 있는 타임쉐어 방식으로 건설했다고 하는데, 분양이 다 된 상태에서 올림픽 전에 임시로 어설프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콘도는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은 올림픽위원회 간부들의 숙소로 이용된다고 합니다. 침실이 두 개인 10층 67평 큰 방 사용료가 하루에 8만 원 정도로 저렴해서 10월 연휴기간에는 빈방이 없다고 합니다. 이 콘도는 취사시설이 완비돼 있으나 올림픽 전에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본래 우리는 이번 여행 중에는 강원도 특산 해산물을 많이 먹을 작정을 했습니다. 실제 우리 가족은 아침 식사를 제외하고는 그 근처 이름 있는 식당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나 다들 맛집 정보를 찾아 왔다고 하니, 가는 곳마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형편이었습니다. 용평 주변 식당에서 먹은 황태구이나 황태찜은 일품이었습니다. 강릉에 가서 맛본 전어회와 전어구이도 좋았습니다. 강원도 한우 갈비는 값이 너무 비싸서 많이 먹지 못했고, 대신 강원도 산채나물 비빔밥의 향기는 오래도록 입안을 맴돌았습니다. 과거 성곡언론재단 행사로 용평에 들러 여러번 골프는 쳐봤어도 스키를 타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겨울 스키 시즌 전인데도 곤도라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어서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경관을 맘껏 즐기지는 못했어도 곤도라를 타고 주변의 산등성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귀한 나무들을 공들여 키운 결과, 강원도 산야는 더욱 돋보였습니다. 우리는 강릉 해안가의 비치 관광호텔에 차를 세우고 해변가를 돌아봤습니다. 바람이 무섭게 불었지만, 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는 옛날 1961년 국토개발요원 시절에 이곳을 공무상 찾았던 기억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강릉에서 용평으로 오는 산 모퉁이의 작은 마을에 있는 'T Factory'라는 카페에 들렸습니다. 이 지역을 개발한 사람이 마치 스위스 알프스 산 속의 동네처럼 집을 지었고, 그 가운데에 서양풍의 카페를 차렸습니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니 환상적인 정취가 따로 없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런 동네가 더 많이 들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시골 구석구석을 활용해서 아름다운 카페촌을 조성한 한국인의 뛰어난 창의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번 여행 중, 나는 윤석(14세), 도빈(8세), 그리고 하은(7세) 세 손자와 함께 강원도 산골에서 나흘을 같이 보냈습니다. 내 평생 다시 갖을 수 없는 추억을 이들 손주들과 같이 만들고 간직해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해준 두 며느리 다미와 지형이가 너무도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