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5일 오후에 부암동으로 가서 윤동주 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는 청운동 일대의 '문학 둘레길' 구경에 나섰습니다. 한국 근현대 문학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인왕산 모퉁이 바로 청와대 뒷편에 있었습니다. 나는 서울 중심에 있는 이곳을 처음으로 손주들과 함께 돌아 보았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은 용도가 폐기된 종로구의 수도 가압장을 개조하여 2012년에 개관했습니다. 윤동주 시인과 그의 작품을 기념하는 문학관입니다. 일요일이어서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설명서만 받아 읽어보고 언제 다시 와야겠다고 기약하고 뒤돌아섰습니다. 동경 유학생 시절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감옥에 투옥되었다가 1945년 2월 해방 몇 개월 전에 옥사한 시인 윤동주는 유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고인의 가족과 친지들에 의하여 발간되면서 애국시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귀한 책의 서문처럼 실린 몇 줄의 <서시>는 일제 말기 1941년에 쓴 것으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독립을 향한 윤동주 시인의 깊은 번뇌가 아름다운 시어로 응축되어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는 윤동주에 얽힌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학창시절에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986년 중국의 신화사 초청으로 연변을 방문하면서 용정에 들렀다가 연변일보 간부들이 이곳이 윤동주 시인의 출생지이라면서 그와 관련된 유적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나는 그때 윤동주 시인을 알게됐고, 이번 서울 방문에서 인왕산 모퉁이에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찾게 됐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자하문 터널 옆으로 난 비탈길을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인왕산 자락 숲속에 자리 잡은 한옥 건물이 있습니다. 2014년 11월 문을 연 청운문학도서관 지붕에는 전통 수제 기와가 얹혀 있습니다. 담장 기와는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 구역의 철거 한옥에서 가져온 3000여 장을 재활용했다고 합니다. 전통 한옥 입구에는 신발을 놓아두는 댓돌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창작실 2개와 세미나실 등 3개의 방이 있습니다. 창작실 내부 온돌바닥에는 큼직한 상이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서 16명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을 주제로 한 도서관입니다. 장서의 83%가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문학 서적이라고 합니다. 도서관이 기획하는 행사도 저자와의 대화, 시 창작 교실 등 문학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