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남매의 장남이고, 집사람 형제는 7남매입니다. 두 집 합하여 15남매이니, 그 다음 세대는 30명이 넘고, 그들의 결혼식은 끊이지 않습니다. 내가 외국에 살다보니 빠짐없이 조카들 결혼식 참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 체류 중인 2017년 10월 28일에 처조카 은정이 결혼식이 대구에서 있어서 처가쪽 여러 친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은정이는 부모들이 크게 걱정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배우자를 찾다가 아주 훌륭한 신랑을 맞아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제주도 여행: 한담해안, 한림공원. 협제동굴
가을이 깊어가자, 우리 부부와 두 아들 가족은 흔들리는 가을 억새와 붉게 물든 하늘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제주도에서 1주일을 보내자는 여행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작은 아들 유진이 가족과 큰 아들 철준이를 제외한 철준이 가족은 26일 먼저 제주도로 내려갔고, 우리 내외와 철준이는 10월 28일 은정이 결혼식을 마치고 저녁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작은 아들 장인 이삼열 박사의 친지가 제주시에 아름다운 별장을 갖고 있었고, 그 집을 빌려 주어 우리 일행 9명이 오붓한 휴양과 관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우리는 차를 두 대 빌려서 제주도 관광에 나섰습니다.
첫날 처음 들린 곳은 한담해안이었습니다. 제주 삼다 중 하나인 바람이 무척 세게 부는 가을 날씨여서 그날 우리 일행은 해안선을 따라서 펼쳐지는 유명한 산책로를 걷지 못했습니다. 대신 잔뜩 찌푸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날씨에도 백사장은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해안의 모래는 스스로 눈부시고, 드넓은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는 여전히 옅은 푸르름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짙어지는 바다색 덕분에 제주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소문난 한담해안의 경치를 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는 예쁜 카페들과 숙박업소, 그리고 그 빈틈에 원형을 유지한 공원이 있어 정겨웠습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한담마을 언덕엔 대형 카페 '봄날'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봄날' 카페 건물 안팎으로 바다를 가득 품은 천혜의 경치를 배경으로 MBC가 드라마를 촬영해서 이곳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합니다.
한담마을 옆에는 한림공원이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에 협제 해수욕장을 왔던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 시절에 이 공원을 가 보자고 누가 제안했지만, 가보지 못했습니다.
10만여 평이 넘는 면적 위에 하늘로 우뚝 뻗은 야자수 군락과 울창한 소나무 수풀로 둘러싸인 한림공원은 아직도 살아 있는 92세의 송병규 씨가 만든 개인 공원입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들여서 만든 이 공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가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야자수길, 협재와 쌍용동굴, 아열대식물원, 제주 분재원, 재암민속 마을, 수석전시관, 새가 있는 정원, 연못정원 등의 경치가 일품이었습니다.
협제동굴은 250만 년 전 한라산 일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검은 색의 용암동굴입니다. 동굴 안에는 스며드는 석회수로 인하여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협제동굴은 석순과 종유석들이 자라고 있는 용암동굴로서 학술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협제동굴은 쌍룡동굴로 이어집니다. 쌍룡동굴은 내부 천정 모습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빠져 나온 모양을 하고 있어서 쌍룡동굴이라 불립니다.
협제공원을 나와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 중문관광 단지가 나타납니다. 이 곳은 제주도 서귀포의 독특한 자연경관과 지리적 조건을 그대로 활용해서 한국관광공사가 1978년부터 조성한 국제적인 휴양지입니다. 나는 중문관광단지 개발 초기 전두환 정권 시절에 만든 KOBACO(한국방송광고공사)가 운영하는 중문 골프장을 몇 번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 중문관광단지가 지금과 같은 엄청난 규모로 발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중문관광단지는 제주도 관광산업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도 여행: 오름
제주도는 화산으로 이루어 진 큰 섬입니다. 땅 바닥과 사방이 아직도 검은 화산석으로 깔렸고 사방이 화산석으로 쌓여 있습니다. 한라산 백록담은 화산이 솟아나던 분화구였습니다. 그러나 제주에는 크고 작고, 또 유명하기도 하고 이름이 없기도 한 분화구의 일종인 360여 개가 넘는 오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제주에 올 때마다 유명한 오름을 찾아 다녔지만, 제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오름도 많습니다. 이름 모를 오름을 잘 찾아 오르면 제주도는 올 때마다 항상 새롭다고 합니다.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마음의 고향 같다고 합니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제주 사람들은 오름을 삶의 터전이자 공기 같은 생활환경으로 여깁니다. 오름 가까이 마을이 생겨났고, 죽은 자는 오름 자락 산담 아래 무덤에 묻힙니다. 그래서 각각의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얼과 혼이 서려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오름이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름은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올라와 보면 야생화가 있고 마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 특색 있게 펼쳐집니다.
오름은 대부분 화산석송이라는 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도 금방 물이 빠져나가 버리고 뿌리를 지탱할 만큼 흙이 단단하지 않아 큰 나무보다는 풀들이 잘 자라는 초지(草地上)입니다. 현재의 숲이 있는 오름은 사람들이 일부러 나무를 심어놓아 숲이 울창해졌다고 합니다. 오름은 그 형태가 제각각입니다. 원형도 있지만 말굽형도 있습니다. 오름 분화구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화구호가 있는 오름들은 신비롭습니다. 한라산 등산로변에 위치한 사라오름, 사려니숲길에 위치한 물찻오름을 비롯하여,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 물장오리 등 화구호가 있는 오름은 모두 9곳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바람이 몹시 부는 저녁에 공항 근처 '오솔록' 다원을 갔습니다. 오솔록 주변은 이곳에 올 때마다 들렸지만, 이번에는 다원 옆에 세워진 'Innisfree Jeju House'에 들려 예쁘게 만든 케익과 차를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이 멋진 하우스는 '이니스프리 모음 재단'에서 경영한다고 합니다. 이 재단은 “제주의 가치를 더한다”는 슬로건처럼 제주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가꾸어 제주에 제공한다는 취지를 가진 공익 재단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고상한 의지에 감명받아 좀 비싼 차와 케익을 사서 먹었고 선물도 아낌없이 샀습니다.
오솔록에서 숙소로 오는 길목에 '운정이네' 식당에 들렸습니다. 아주 깨끗하고 바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이 식당 주인은 자기 딸 운정이가 먹는 토종 음식을 제공한다고 자랑합니다.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식당마다 제주 특산인 옥돔은 메뉴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복과 소라는 흔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먹는 소라는 크기가 작은 편입니다. 소라는 회로도 먹으나 역시 구워서 먹는 것이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