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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은 조용한 날이 없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미투 폭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늘(2일)은 알뜰 생활의 상징 김생민의 10년 전 성추행 사건이 뉴스를 강타했다. 그가 알뜰하니까 성실할 거라는 이미지를 가졌기에 국민들 충격은 더 클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이렇게 연예계, 언론계, 정치계 등 사회 각계에서 폭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시작은 정말 대단했다. 피해자들은 성범죄를 당한 사실을 고백하며 괴로웠던 지난날을 모두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많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미투 운동을 보며 다른 성범죄 피해자들도 하나 둘 용기를 냈고, 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며 추악하고 더러운 대한민국의 현재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미투 운동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엄청난 관심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두 달여 지난 지금, 미투 운동은 대중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지금도 뜨겁지만 그만큼 문제점도 많이 만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익명이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미투 폭로가 이어지는데, 그중 대부분이 익명이다. 가해자를 익명으로 표시하고 그의 성범죄 사실을 고백하는데, 이 익명의 화살이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실이 알려질 때 사람의 성씨와 알파벳 한 단어로 가해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 가해자 아닌 아무 상관이 없는 엉뚱한 이들이 가해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아이돌 그룹 2AM 출신 이창민은 몰래카메라 불법 촬영자 A 씨로 잘못 지목되어 곤욕스런 헤프닝을 겪기도 했고, 보이그룹 B1A4의 산들 역시 발라드그룹 리드보컬 A 씨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지속되는 동안 이런 억울한 일은 충분히 더 발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대중들의 섣부른 판단도 큰 문제다. 누군가 성추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네티즌들은 그 소식에 달려들어 가해자로 지목된 이를 공격한다. 또한, 성범죄가 사실이기는 하나 실제 있었던 일보다 훨씬 크게 과장되어 알려지는 일도 허다하다.
미투 운동이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이라서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운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인 만큼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몇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 가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목숨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투 운동으로 인해 자신도 성범죄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여성을 피하는 ‘펜스 룰’이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부인이 없는 곳에서 다른 여인들과 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발언에서 나온 것으로 그의 이름인 펜스를 가져와 만들어진 룰이다. 그런데 이 펜스 룰이 일각에서는 여성을 오히려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희롱과 같은 성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로 인해, 일부 회사에서는 펜스 룰을 적용한다면서 여성과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이 과연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 잡고, 성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일까. 당장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남성과 여성을 철저히 분리했던 조선시대식 사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또한,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성범죄를 당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미투 운동은 절대 그 어떤 이들의 방해도 받으면 안 된다. 그 어떤 허위 사실과 변질된 의견으로 퇴색되어서도 안 된다. 이번 기회가 대한민국의 썩은 성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살고 있던 가해자들을 처벌하여 일벌백계할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다.
3월 28일 tvN의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성교육 전문 강사 손경이 씨는 방청객에게 "성교육은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가 먼저 받아야 하나요?"라고 물었다가, 방청객들이 이구동성으로 "가해자요!"라고 대답하자 눈물을 글썽였다. 그 이유는 17년 동안 이 질문을 강연할 때마다 던졌지만, 그날 방청객처럼 모두가 "가해자요!"라고 대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제까지는 '가해자', '피해자', 또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등으로 대답이 갈렸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그만큼 성범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최근의 미투 운동으로 인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번 미투 운동이 잘못된 방해를 받지 않고 무사히 진행되어 제대로 양성평등의 길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