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운동' 조짐도 솔솔...사용자들 "지갑 열지 않으면 대책 나오겠지" / 신예진 기자
50년간 대여가 가능했던 전자책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 소비자들은 ‘전자책 불매운동’까지 언급하는 등 극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 단체들과 온오프라인 서점, 전자책 유통사, 소비자 단체 등은 지난 3월 ‘건전한 출판유통발전을 위한 자율협약’ 시행 세칙에 합의했다. 1일부터 시행되는 이 협약은 지난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자율협약’을 보완하고 취지를 강화한 것이다.
새 협약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자책 대여 기간이 3개월로 제한된 것이다. 그간 출판업계에서는 전자책 대여 기간을 두고 ‘편법 할인’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했다. 전자책은 10년, 50년 장기 대여가 가능했기 때문. 사실상 반영구적이며 소장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구매가 아닌 대여여서 가격도 정가의 반값이다. 대개 출판된 지 오래된 문학 전집 등이 그 대상이었다.
새 협약은 온라인 서점, 전자책 서점 등의 할인율을 15% 이내로 뒀다. 현재 도서정가제에 따라 오프라인 서점의 할인율은 최대 15%까지다. 만약, 이 같은 도서정가제를 위반할 경우, 협약에 참여한 모든 서점에서 해당 도서나 출판사의 모든 도서를 15일 이상 1년 이하 기간에 판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는 새 협약을 밝히며 작가의 저작을 보호하고 건전한 전자책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명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로 이익을 보려던 업계의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자책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도 소비자들은 종이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전자책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유통사의 횡포라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전자책 사용자 A 씨는 지난 29일 “지갑이 열리지 않으면 대책이 나올 것이라 본다”며 “앞으로는 오프라인이나 전자 도서관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앞으로 지식은 구매하는 것이 아닌 공유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주장에 대다수가 공감했다. 사용자들은 “도서정가제에 이어 전자책 규제라니”, “당분간 책에 돈을 쓰지 않을 것”, “조용한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 “버티다 보면 뭐라도 바뀌지 않겠나”, “시청 전자 도서관도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해당 협약이 무명작가에게 타격을 입힌다고 우려했다. 전자책의 가격이 오르거나, 할인율이 떨어지면 믿고 보는 작가에게만 독자들이 지갑을 열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자책 사용자 신소희(21, 부산시 진구) 씨는 “전자책의 특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정책인 것 같다”며 “종이책은 원하는 만큼 읽어보고 구매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미리보기가 일부분만 가능해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은 할인하거나 행사할 때만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달 29일 ‘독서를 막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요? 폐업한 서점? 판매량이 감소하는 출판사? 인세가 줄어든 작가? 책을 구매하지 않게 된 국민?”이냐며 “대통령님 저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도서 대여기간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유통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 만약 문을 닫는다면 소비자는 그곳에서 구매한 책들을 볼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는 출판업계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지난달 30일 8시 기준 2만 2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협약 시행을 앞두고 전자책 유통사들은 지난 4월 독자들을 상대로 바뀌는 정책을 홍보했다. 협약 시행 하루 전인 30일에는 ‘단 하루 세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열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