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내가 먼저 특검 도입 주장...정치 특검 오해 안 사게 실체적 진실 규명을" / 신예진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행위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특검 수사 개시 41일 만이다. 김 지사는 조사 전반에 협조적이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지사의 출석 시각은 9시 30분이었다. 사무실 앞에는 김 지사의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나타나자 꽃을 던졌다. 그러나 반대파인 보수단체 회원들은 김 지사에게 ”김경수를 구속하라“고 소리쳤다. 김 지사는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피의자인 김 지사는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드루킹 일당에 댓글조작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혐의(업무방해)와 올해 6ㆍ13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김 지사는 이후 발걸음을 멈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구보다 먼저 특검의 도입을 주장했었다"며 “저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특검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되어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 출석 후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오후 2시에 예정된 정례 브리핑도 생략했다. 관련 내용을 비공개로 한다는 허익범 특별검사의 지시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선혁 검사 등 2~3명이 들어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오영중 변호사 등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지사의 조사 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남겨진다.
이번 특검팀 소환조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 및 댓글 조작 지시·묵인 여부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기사 댓글조작을 지시하거나 동의, 승인 등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지난 6·13 지방선거 지원을 요청하고 인사 거래를 시도했는지 여부다. 특검팀은 지난 2017년 12월 김 지사가 지방선거를 위해 드루킹에게 댓글조작 등을 요청하고 일본 총영사직 자리를 제안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드루킹이 요구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을 거절하고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제안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드루킹 김동원 씨는 김 지사가 ‘산채’로 불리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에 참석했고,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은 이와 관련한 진술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지사는 파주 출판사 방문은 인정하면서도 킹크랩 시연회 참관은 부인하고 있다. 댓글 조작 여부도 조작이 아닌 기사 홍보를 부탁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지난 2017년 12월에는 출마 의사가 없어서 지방선거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김 지사는 대선의 꿈은 접어야 한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한편, 김 지사에 대한 조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과 김 지사의 엇갈린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 또, 특검팀에서 준비한 질문지만 1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특검팀은 "물어볼 것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조사에 앞서 분명하게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다. 김 지사는 취재진의 "킹크랩 시연회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느냐", "지방선거 도움 요청이 사실인가", "센다이 총영사직 역으로 제안한 적 있나?" 등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관련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 대응해 다양한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에 대한 추가 소환 가능성,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대질 신문 등이다. 더 나아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있다. 지속적인 혐의 부인에 따른 증거 인멸 우려가 고려된다면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