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미디어는 유튜브다.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유튜브 영상 이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1개월 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에 있는 15~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발표를 보면 1534세대의 하루 평균 유튜브 시청시간은 2시간이다. 또 이들의 73.4%가 ‘유튜버의 정보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에게 유튜브는 방송의 주류인 공중파 TV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승용(25, 경남 창원시) 씨는 “바쁘다 보니 방송시간에 맞춰 텔레비전을 보기 힘들어서 텔레비전은 거의 안 본다”며 “방송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는 유튜브는 시간 날 때마다 본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튜브는 2005년 2월 창립됐다. 유튜브는 전 세계인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출발해서 현재는 동영상 공유, 라이브 방송, 영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유튜버’라 하는데 이들은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의 개설해 원하는 주제의 동영상을 올리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는 형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과거에 혼자서 기획, 구성, 편집하던 유튜버들이 전문화되면서 현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작은 미디어 기업의 형태를 가진 채널도 늘어났다.
작은 미디어 기업으로 변한 유튜브 채널의 주 수입원은 광고료다. 쉽게 말해 자신이 게시한 동영상에 붙은 광고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깊게 들어가면 조회수, 시청시간 등 다양한 조건이 들어간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돼서 정확한 광고 수입은 유튜버마다 다르다. CJ ENM의 1인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 ‘다이아 티비(DIA TV)’가 밝힌 자사의 구독자 10만 명 이상 유튜버의 평균 수익은 월 300만 원 선이다. 유튜버들은 광고료 외에도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아 수익을 얻거나, 유명한 유튜버의 경우 유튜버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협찬이나 행사 등 다른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유튜브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형태의 채널이다. 가장 기초적인 채널 형태는 개인 또는 팀을 이뤄 기획, 구성, 편집 등 모든 과정을 해내는 채널이다. 대부분 다른 플랫폼에서 1인 방송을 하면서 유튜브를 병행하거나, 취미로 자신의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이에 속한다. 이런 채널들은 패션, 뷰티, 게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대표적인 패션 유튜버로는 남성 패션과 시청자 패션 리뷰를 주 콘텐츠로 하는 최겨울의 ‘스타일가이드 최겨울’과, 패션과 뷰티를 주 콘텐츠로 하는 한별의 ‘한별Hanbyul’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스타일가이드 최겨울’은 약 29만 구독자를, ‘한별Hanbyul’은 약 78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색다른 주제로 눈길을 끄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약 12만 구독자를 보유한 ‘TokyoK도쿄K짱’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주제는 공포다. 이 채널은 현재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 사람이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언어는 한국말로 되어 있다. 일상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먹방, 일본어 수업 등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여주는 이 채널의 주력은 무서운 이야기다. 가위눌림, 심령 영상, 도시전설 등 수많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개인 혹은 팀을 이뤄 활동하는 채널이 발전하면 작은 기업의 형태로 발전한다. 1인이 최초로 시작한 유튜버의 수익이 커지면서 기획, 구성, 편집 분야에 전문 직원을 한두 명 고용해 작은 미디어 회사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형태에서 더 진화하면 법인 설립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80만 명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상위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2015년 ‘엉클대도’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대도서관은 엉클대도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배우자인 90만 구독자 유튜버 ‘윰댕(본명, 이채원)’과 함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엉클대도는 2018년 11월 8일 기준 매니저와 편집자 등을 합쳐 1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대도서관이 지난 9일 방송된 KBS <1대100>에서 1년에 약 17억 원의 매출이 난다고 밝혔다. 유튜버들의 기업화 현상에 이종재(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유튜브 편집자라는 음지에 있는 직업군을 보호해주고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화된 유튜브 채널의 컨텐츠들이 공중파나 케이블TV로 진출하고 있다. CJ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CJ ENM은 2013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 스타의 기획사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Creator Group’을 설립했다. 이 그룹은 2015년 이름을 ‘다이아 티비(DIA TV)’로 바꿨다. 현재 다이아 티비는 크리에이터들과 제휴를 맺고 영상물을 창작할 장소를 제공해 주거나, 광고영업 전문 인력의 도움을 통한 수익 증가를 도와준다. 또 자사의 번역, 자막 프로세스를 통해 해외의 구독자 확보도 돕는다. 또 ‘DIA TV’라는 케이블 채널을 만들어 자사의 제휴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로만 이루어진 편성을 티비로 송출하고 있다.
최근 방송국들도 유튜브로 진출하고 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등의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자사의 뉴스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MBC 19만 명이 가장 작고, JTBC의 81만 명 구독자가 가장 많다. 정시훈(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평소 방송국 사이트는 시간이 안 맞아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최근 방송국들이 유튜브로 진출해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공중파방송국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 접근성이 개선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뉴스뿐만 아니라 자사의 컨텐츠도 유튜브에서 유통하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예능,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유튜브 채널을 각각 개설해서 운영한다. 이 세 가지 주제 중 예능이 가장 인기 있다. KBS, MBC, SBS 중 MBC의 예능 컨텐츠 유튜브 채널인 ‘MBCentertainment’ 채널의 구독자는 약 450만 명으로 셋 중 가장 많다. KBS의 ‘KBSEntertain’ 유튜브 채널은 약 260만 명이고, SBS의 ‘SBS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은 약 190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방송국이 자회사를 설립해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우는 원래 있던 컨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어울리는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해서 유통한다. SBS는 자회사를 통해 ‘스브스뉴스’와 ‘모비딕’이라는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채널은 현재 22만, 24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스브스뉴스는 정보나 뉴스에 관한 영상이 많고, 모비딕의 경우, 자체 제작한 웹 드라마, 예능 등 재미 위주의 영상이 주다. 문중곤(25, 경남 함안군) 씨는 “TV와는 친숙하지 않은 Z세대(모바일에 익숙한 10대)를 공략하기 위한 공중파의 노력이고 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스튜디오 룰루랄라- studio lululala’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현재 약 33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은 JTBC가 제작한 TV 미방송 프로그램을 주로 내보내고 있다. 웹드라마부터 웹예능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에 GOD 멤버 박준형의 출연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와썹맨’도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와썹맨은 약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와썹맨-Wassup Man’이라는 유튜브 채널로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EBS도 ‘모모 momoe’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현재 이 채널은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EBS 편성기획부 임철 PD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연령층이 TV에서 이탈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콘텐츠’는 EBS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모바일 시장에서 EBS 브랜드에 맞는 영역을 개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방송의 영향력이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편성표에 맞춰 나오는 방송영상보다 아무 때나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보는 영상을 더 선호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방송과 영상의 미래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탁훈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콘텐츠 창작과 유통의 무게 추는 이미 유튜브를 축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또 “창작자 입장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좀 더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며 “자본은 기존 극장, IPTV, 토종 플랫폼을 통한 기존 유통 구조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수익화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