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심상정 등 유튜브 채널 개설...세태비평 지나쳐 가짜뉴스 산실 논란도 / 김재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전국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4명 중 1명이 1인 방송(유튜브, 아프리카 TV 등)을 시청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도 최근 1개월 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15~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 이용행태 및 인식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의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유튜브 채널을 보는 데 소비한다고 답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 밝힌 ‘하루 평균 TV 방송 프로그램 시청 시간 2시간 48분'과 비슷하다.
SNS 중 하나인 유튜브와 공중파 TV 시청 시간이 엇비슷해지고 있다. 가히 유튜브 1인방송이 공중파 TV의 위상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 방송 이용 실태가 이렇게 바뀌자, 최근 공중파 TV가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즉 유튜버를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BS는 지난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스타들이 직접 유튜브에서 1인 크리에이터, 즉 유튜버가 되어 각자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누가 더 많은 구독자 수를 얻는지 경쟁하는 <가로채널>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강호동, 이영애, 양세형 등 3명의 스타가 각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서로 구독자 얻기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 <가로채널>은 4.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강하대(강호동의 하찮은 대결)’라는 제목으로 빅뱅의 승리와 함께 출연해 멀리뛰기 대결을 벌였다.
배우 이영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영애가 쌍둥이 남매와 함께 출연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줬다. 개그맨 양세형 유튜브 채널에서는 가수 제시, 음식 평론가 이용재 씨와 함께 본인의 평양냉면 맛집을 방문해 먹방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공중파 방송 안에서 유튜브 채널을 중계하는 일종의 TV와 유튜브의 믹스가 연출됐다. 시청자 이승주(25, 부산시 진구) 씨는 “평소 이영애 씨는 가까이하기 힘든 느낌이 강했는데 <가로채널>에서 보여준 유튜버 이영애 씨는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MBC는 유튜버 스타들을 자사의 메인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시키고 있다. 지난 9월 21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시청률 7.4%의 <진짜사나이 300>에 배우 오지호, 배우 이정현, 투애니원 산다라박, 모모랜드 주이와 함께 아프리카TV에서 BJ(Broadcasting Jockey)와 유튜브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감스트’가 합류했다.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진짜사나이>에 출연하게 된 감스트는 아프리카TV에서만 평균 1만 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1인 방송 진행자다. 감스트는 현재 K리그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어서 1인방송계의 스타 중 스타다.
JTBC는 지난 7월 6일부터 1인 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주제로 한 <랜선라이프>를 방영하고 있다. 1.6%대 시청률을 갖고 있는 <랜선라이프>는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유튜버인 대도서관(게임), 윰댕(토크), 밴쯔(먹방), 씬님(뷰티)까지 네 명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랜선라이프>의 이나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크리에이터들을 이해 못 하는 세대에게는 이들의 멋진 철학을, 잘 아는 세대에게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획했다”고 프로그램을 만든 의도를 설명했다.
1인 방송 진행자가 유튜브와 TV를 오가는 현상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부 우려의 의견이 있다. 왜냐하면, 유튜버나 아프리카 BJ들은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제약 없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박대한(22, 서울시 강남구) 씨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끄는 사람들이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서 자극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얻은 다음, 과연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게 괜찮은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사가 온라인 방송 제작자(유튜버, 혹은 1인 크리에이터)를 끌어오려는 움직임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캐스팅하면 안 되고, 최소한의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이 공중파 방송에 진출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미 방송에서 유명세를 얻은 스타들이 역으로 1인 방송 대열에 뛰어드는 일도 급증하고 있다. 악동뮤지션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 이수현은 자신의 유튜버 닉네임을 ‘모찌피치(Mochipeach)’라고 칭하면서 이미 8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모찌피치’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모찌피치에서는 커버 곡, 메이크업, ASMR(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와 영상)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과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에이핑크 보미도 ‘뽐뽐뽐’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올해 4월 개설된 이 채널은 현재 49만 명의 구독자가 함께하고 있다. ‘뽐뽐뽐’ 채널은 현직 아이돌 윤보미의 뷰티 정보와 일상 등에 대한 영상들이 게시되어있다.
또 과거 엠블랙으로 활동했던 지오도 최근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1인 방송 플랫폼 중 하나인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오는 현재 아프리카뿐 아니라 본인과 여자 친구인 뮤지컬 배우 최예슬과 함께하는 ‘오예커플 스토리 O.Y COUPLE’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지오와 여자 친구의 일상부터 뷰티, 먹방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이 채널은 2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 인기가 주춤하면서, 희극인들도 1인 방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희극인 강유미는 4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강유미 yumi kang 좋아서 하는 채널’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강유미 말고도 희극인 커플로 유명한 홍윤화 김민기 커플도 ‘홍윤화 김민기 꽁냥꽁냥’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현재 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에서는 홍윤화 김민기 커플의 일상부터 신제품 리뷰, 먹방,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다루고 있다.
과거엔 스타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공중파에 거의 출연하지 않고 있는 잊혀진 스타들도 1인 방송으로 다시 활약하고 있다. 희극인 이홍렬은 지난 9월 ‘이홍렬’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채널은 현재 약 79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홍렬은 6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촬영부터 편집까지 혼자 해내고 있다. 그는 한 토크 콘서트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중요한 건 (유튜버 활동이) 재밌다는 것이다”라고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유튜버들이 TV에 나오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과거나 현재의 스타들이 1인 방송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년간의 방송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일반인 유튜버들에 비해 능숙한 진행을 보여줘서 시청하기에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위준형(20, 부산시 영도구) 씨는 “TV에 나오는 것 외에도 팬들은 (연예인의) 사적인 모습도 궁금한데, 유튜브에서는 그들의 다양한 일상생활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좋다”며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1인 방송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조현찬(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시장에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어오는 것처럼 이미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갑자기 유튜브라는 시장에 들어오면서 관심이 쏠리게 되면 누군가에게는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튜버 약진은 국정감사장에서 세금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유튜버의 과세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유튜브는 유튜버들의 영상에 붙은 광고 수익을 영상 조회수에 따라서 수익금을 유튜버들에게 지급한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한 MCN(유튜버들의 소속사)의 발표에 따르면, 구독자 10만 이상이면 월 3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고, 상위 5%의 유튜버들은 월 1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이때 유튜브는 따로 세금을 제하지 않고 광고 수익금 중 일부를 유튜버들에게 그대로 지급한다. 그후 유튜버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국가에 세금을 낸다. 첫 번째는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된 MCN이라는 크리에이터 전문 소속사가 유튜브에서 받은 수익금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개인에게 지급하는 수익금을 나중에 크리에이터 개인이 자발적으로 세무서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 것이다. 대개 문제는 두 번째 사례에서 발생한다. 개인이 정직하게 소득 신고를 하지 않으면 당국이 소득액을 알 수 없다. “유튜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한다”는 국회의 국정감사 중 지적에 한승희 국세청장은 “유튜버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정치인들의 1인 방송 진출도 연일 화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인 방송을 시작해서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의 도메인을 등록했다”고 말하며 1인 방송 시작을 예고했다. 이미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도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약 7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이 밖에도 다수의 정치인들이나 정치 평론가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대개 영향력 있는 정치권 유튜버들이 홍 전 대표나 조갑제 씨 등 야당이나 보수인사들이 주류를 이루자, 정부는 유튜브를 가짜 뉴스 유통 창구 중 하나로 지목하고 유튜브에 대한 허위 조작 정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수의 언론이 보도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칼을 들고 (유튜브를) 규제해가지고 없애겠다 이런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칠 목적의 허위통신’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 근거로 “공익성 판단은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고 정보의 해악성 유뮤를 국가자 1차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유튜버를 재제하려는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간의 갈등이 유튜브가 활성화될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