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 이모티콘 작가 도전기] 일반인 누구나 제안 가능...억대 매출에 고교생 작가도 배출 / 박주영 기자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이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다. 전문 이모티콘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서 이모티콘을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먼저 이모티콘 시안을 제작해 이모티콘 스튜디오(//emoticonstudio.kakao.com/) 사이트로 들어가서 제시된 순서에 따라 제안하는 첫 번째 과정을 거친다. 그 이후 약 2주 정도 심사를 기다린다. 제안이 승인되면 심사 통과된 제안을 실제 상품으로 준비하는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이후 스토어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일반인도 심사에 통과되면 이모티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기자는 미술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노트에 그렸던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기자는 문득 ‘이 그림을 이용해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카카오톡 이모티콘 샵에 들어가게 됐고, 일반인도 제안이 가능한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알게 됐다. 이모티콘 스튜디오 홈페이지를 보던 기자는 이모티콘을 제안해서 승인을 받고 상품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11월, 이모티콘을 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A4 용지에 그려뒀던 그림을 깔끔하게 다시 종이에 그렸다.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포토샵의 간단한 도구설명을 듣고 이모티콘 제작에 들어갔다. 원래 A4에 그린 그림을 그대로 스캔해 사용하려했지만, 화질이 떨어지고 깔끔하지 않아 포토샵으로 다시 그렸던 것. 요즘 유행하는 ‘대충하는 답변’ 같은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고자 했기 때문에 다양한 그림은 필요 없었다. 기본이 되는 이모티콘 그림을 먼저 그렸다. 이후 대사만 다르게 적어 총 24개의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이모티콘에 들어갈 말을 컴퓨터 글꼴로 작성하지 않고, 손 글씨로 적었다. 이 과정에서 글씨가 삐뚤어지기도 했고, 손이 덜덜 떨리기도 했지만, 그렇게 쓰인 글자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았다.
멈춰있는 이모티콘은 총 24개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파일 첨부 란에 PNG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하면 된다. 각각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저장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3시간에 걸쳐 미리 그려두었던 그림을 포토샵파일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지나가던 친구가 “아무리 봐도 시중에 나오면 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악담(?)을 했지만, 기자는 꿋꿋하게 24칸을 채워나갔다. 모든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모티콘 제목, 시리즈명과 이모티콘 설명 란을 채웠다. 이모티콘 제안서를 최종적으로 제출하고 2주간의 심사기간을 기다려야했다.
‘대충하는 답장’ 이모티콘 작가로 유명한 김규진(작가명: 범고래) 씨는 카카오에서 누적매출 1억 원 이상을 기록한 인기 있는 이모티콘 작가다. 그는 미술과는 거리가 먼 금융보험학을 전공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퇴근 이후의 시간에 할 만한 일을 찾아보다가 누구나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모티콘은 미술적인 요소 외에도 메시지, 대화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각해 도전하게됐다”며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대충 생기고 대충 말하는 이모티콘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상품화 과정을 거치면 출시돼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이모티콘의 수익배분 구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카오 측과 창작자, 구글이 일정 비율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규진 씨는 “보통은 출시하는 주에 가장 많이 팔리고 점점 수익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작가들은 꾸준한 수익을 위해 시리즈로 후속작 이모티콘을 만들고 있다.
작가명 nopaper 씨는 간호학을 전공한 일반인이다. 11월 기준 총 25번의 미승인을 받았다. 그는 “떨어질 때마다 좌절감이 들기도 했고, 미승인이라는 글자로 내 그림들이 한 번에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들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그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간호학을 전공해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한다. 우연한 기회로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접하게 된 그는 프로그램 멤버십 비용을 마련하려고 이모티콘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취미 값은 취미로 벌자!’라는 생각이 들어 이모티콘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은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 요즘 반감기야", "무지개 반작용", "미적미적", "저리 감마" 등 재치 있는 ‘과학적’ 문구로 가득한 이 이모티콘은 이과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한지민 작가의 ‘과학하는 친구들’ 이모티콘이다. 한지민 작가는 놀랍게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고딩’이다. 과학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지민 양은 “평소에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과학적 지식들을 응용한 언어유희로 장난하곤 한다”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과학하는 친구들’ 이모티콘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민 양은 이모티콘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그림 실력을 필요로 했다면 자신도 이모티콘을 제작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다. 지민 양은 “이모티콘 제작에서 가장 필요한 건 ‘참신함’이라고 생각한다”며 “나 또한 정식으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운 적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꼭 이모티콘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모티콘을 제안한 뒤 2주 후, 기자에게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예상한(?) 결과지만 메일로 ‘미승인’이라는 빨간 글자를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포토샵을 도와준 친구는 “왜 이렇게 실망해? 진짜 승인될 줄 알았나!”라며 웃었다. 기자만 기대했던 이모티콘 도전기는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유명 이모티콘 작가도 21번의 미승인을 받은 후에 겨우 하나를 승인받았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기자의 이모티콘 도전기는 계속될 것이다. 전국의 수천 명 이모티콘 아마추어 일반인 도전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