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서 무차별 게시...무료 이용에다 청소년에게도 무방비 / 박수창 기자
인천에 사는 대학생 박찬양(24) 씨는 오락실에서 즐길 리듬게임을 찾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리듬게임 갤러리’에 들어갔다. 디시인사이드에 처음 들어온 박 씨는 게시물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댓글 속 이모티콘에 “악마”, “X끼” 등 심한 욕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욕이 담겨 있는 이모티콘이 제제 없이 올라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는 국내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다. 자체적으로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는 여러 가지 주제의 갤러리로 나눠어 있다. 게시판 형태로 이루어진 개별 갤러리는 각각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갤러리는 익명성이 강하고 누구나 글을 쓰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디시콘(디시인사이드+이모티콘)’이 선정성은 물론 반사회적인 내용으로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성이 강한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제공하는 이모티콘은 누구나 만들어 사이트에 등록할 수 있고, 이를 역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도 이런 이모티콘이 거름망 없이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이 이모티콘은 무료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디시인사이드 회원이라면 누구나 심한 비속어가 포함된 이곳의 이모티콘을 제한 없이 다운받을 수 있다. 게임 ‘하스스톤’을 좋아하는 김민(24, 경남 창원시) 씨는 디시인사이드 하스스톤 갤러리의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 디시콘인 ‘아델리콘’과 ‘케장콘’을 이용했다. 두 이모티콘은 모두 무료이며 위에 제시된 사진처럼 심한 욕설이 포함돼 있다. 그는 “욕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재밌기도 하고 다들 쓰니까 나도 별 생각 없이 쓴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선정성이 드러나는 이모티콘도 있어 문제다. 여성강간을 소재로 한 성인 만화를 캡쳐해서 이모티콘으로 만든 ‘PTSD콘’이나 성인게임에서 여성의 성관계 장면을 캡쳐해서 만든 ‘레코라 스마일 콘’도 있다. 이들은 위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 선정성이 도를 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평소 판타지 소설에 관심이 많은 김예은(24, 경기도 일산시) 씨는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디시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에 올라온 PTSD콘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김 씨는 “여성에 대한 모욕적 묘사가 포함돼 있다. 불쾌하고 (어린 친구들이 볼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디시인사이드에는 특정인물을 희화화하는 내용의 이모티콘도 등록되어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사용된다고 하지만, 위의 사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는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특히 고인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노무콘‘은 사자(亡者)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닉네임 ’ㄴㅋ’ 씨는 정치인 박원순 씨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원순콘‘을 가끔 웃음을 위해 사용했다. 그는 “나도 장난삼아 이런 이모티콘을 쓰지만 ‘노무콘’처럼 고인을 비하하는 것은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성별 혐오를 조장하는 이모티콘도 있다. 사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페미니스트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갈콘’이나, 한국 남성의 외모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남콘’이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소울워커’를 즐기는 김재현(23, 경남 진주시) 씨는 디시인사이드 해당 게임 갤러리에서 메갈콘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을 걱정했다. 그는 “갤러리 분위기가 이러면 여성분들은 이 게임 자체가 여성혐오적 성격이 다분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게임이 이런 성별 혐오 이모티콘 때문에 남녀갈등의 싸움터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청소년이 이런 이모티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유진(19, 경남 김해시) 군은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벤 브로드콘’과 ‘케장콘’을 이용했다. 이 군이 디시인사이드 사이트를 가입할 때나 여기에 있는 이모티콘을 이용할 때 어떤 어려움도 없었다. 그는 “욕설이 들어가 있지만 재밌고, 나 말고도 주위 친구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어서 다운받았다”고 말했다.
디시콘은 등록제로 운영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디시인사이드에 등록이 가능하다. 디시인사이드 측은 저작권, 초상권에 저촉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사이트 내에서 경고하고 있으며, 음란물 및 인터넷 이용에 유해한 이모티콘은 별도 연락 없이 판매 중단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모티콘을 검열하고는 있지만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디시인사이드의 특성상 이모티콘 공급자를 잡기는 어렵다. 또 삭제된 문제의 이모티콘은 다시 누군가에 의해 재업로드된다. 문제의 디시콘은 등록제로 운영되는 한 반사회적인 이모티콘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
디시인사이드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은 자극적인 컨텐츠를 디시인사이드에서 보고 불편해 하는 것은 디시인사이드의 특성상 옳지 않다고 말한다. 닉네임 ‘도시락집안에산다‘ 씨는 해당 커뮤니티는 특유의 익명성과 자유도가 개성인 만큼 이모티콘 등록과 사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걸고넘어지려면 디시는 디시인사이드에 들어오지 말고, 싫은 사람이 떠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누가 진짜 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