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9일,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상경한 지 1주일이 갓 넘은 나는 아는 사람도 할 일도 없었다. 그저 부산에서 보낸 첫 1주일과 다르지 않을 이 무료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며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할 일은 생각나지 않았고, 나는 할 일을 찾기 위해 그저 방황했다. 그러던 중 무료한 나날들의 굴레를 부술 한 포스터를 발견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그날 저녁 부산 서면에서 페미니스트 행진이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였다. 평소 페미니스트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그들의 행진 소식은 무료한 나날에 잠겨 있는 나를 꺼내 주기에 충분했다.
서면 하트 동상에서 그들의 연설이 시작됐다. 그들은 그들의 아픔을 털어 놓기도 하고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화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낙태죄 폐지에 관한 말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했던 말들 중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섹스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하지만 왜 힘들어 하는 것은 여자뿐 인가요?” 이 말은 평소 낙태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나를 한방 먹였다. 당연히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인하여 남자들이 전혀 힘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깊은 생각없이 가진 낙태에 대한 선입견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임신하여 두려워하는 여성 당사자들을 탄압하는 이기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준비가 되지 않은 임신은 당사자들에게 축복이 아닌 두려움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낙태를 죄라 한다. 과연 그럴 자격이 있을까?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의 4.6%가 성관계를 경험했다. 또한 첫 성관계 경험의 평균 나이는 13.1세다. 이처럼 청소년 성관계는 점차 늘어난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 법들은 이들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주간경향의 기사에서 청소년보호법 2조는 ‘청소년 유해물건’을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 기구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돌출형 콘돔이 청소년의 ‘음란한 행위’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선입견만을 주입한다. 낙태 비디오를 보여주는 등 임신중절에 대한 편견, 에이즈의 두려움 만을 강조한다.
결국 우리나라는 낙태를 ‘죄’라 부를 수 없었다. 정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야 한다. 낙태죄를 폐지할 수 없다면 그들을 위한 복지 정책들을 논의해야 한다. 잉태된 태아는 생명이다. 하지만 그들을 짊어져야 할 당사자들도 생명이다. 결국 이들도 존중 받아야 할 생명이었다. 낙태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기회다. 이제는 낙태를 ‘죄’라 부르는 아집을 꺾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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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다른건가요? 분명 살인입니다.
성행위는 생명이 생기는 일이지요..
단순 즐거움을 나누는 행위가 아닙니다.
살인을 허용해달라 할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고귀한 사랑나눔이 필요한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