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등교해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12시간 이상 오로지 공부만 하는 나라가 있다. 한국교육신문의 보도대로 전 세계 사교육비 1위, 전무후무한 기숙학원, 고시원이 존재하는 아주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크게 정시와 수시가 있다. 정시란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는 수능시험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고, 수시란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에서 치는 시험 성적으로 대학을 입학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입시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에게는 이번에 수능을 친 남동생이 있다. 내 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뒤늦게 정신 차린 케이스다. 1년 동안 죽어라 열심히 공부만 했다. 공부하는 동안 모의고사 성적도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나왔기에 이번 수능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일명 ‘불수능’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많이 낙담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인생에서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다. 나의 경우는 오로지 수시에 집중하여 대학을 입학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불쌍했고, 내일이 아니니 수능 칠 때도 경험상 마음 편히 치렀다. 그러나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 동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문득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가 아무리 평준화됐다 하더라도 지역, 학교마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꽤 난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A 학교에서 공부하면 수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반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B 학교에서는 수시 성적을 올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A 학교와 B 학교 학생들의 수시 성적으로만 대학에서 선발한다면 그것은 공평하고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한동안 수시 비율을 대학에서 늘릴 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낮은 고등학교를 선택해 수시 시험을 잘 쳐서 수월하게 대학을 들어가곤 했다. 반면 수준 높은 고등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정시에 집중하는데 수시와 정시의 문제 수준은 비슷하다고 할 수 없다. 즉, 이런 경우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많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 실제로 전국적으로 내신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
매년 수시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시만으로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하고 뽑는 것은 공평한 심사가 아니다. 또한 1년에 단 한 번의 수능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판단하는 것 또한 불공평하다. 해외 경우는 여러 번의 시험을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도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 단 한 명의 억울한 학생들이 존재하지 않도록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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