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처방 어려워 불법으로 구매...엉덩이 괴사, 성기능 장애 후유증도 / 신예진 기자
최근 전·현직 피트니스 선수들 발 ‘약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약투는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키우기 위해 불법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를 구매해 투약하는 현실 고발을 뜻한다. 성폭력 피해 폭로인 ‘미투’에 빗댄 말이다.
약투의 포문은 지난해 12월 보디빌더 박승현(29) 씨가 열었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박승현TV>를 통해 스테로이드 투약을 고백했다. 그가 약물 투약을 고백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라는 영상은 15일 기준 71만 회를 넘었다. 그는 영상을 통해 "부작용이 없는 약물 사용은 없다. 결국 신체를 파괴하는 거다. 여러분은 이런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3년 차 트레이너이자 보디빌더 김동현(29) 씨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약물 사용 경험을 생생하게 밝혔다. 김 씨는 최근 <박승현 TV>를 통해 약투에 합류한 바 있다. 김 씨는 7년 동안 약물을 사용했으며, 지난해에는 스무 가지 정도 썼다고 고백했다. 그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6년을 운동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약물값에만 매달 200만 원을 썼다고 토로했다. 그는 “약물을 복용하면 운동 수행 능력, 체력 지구력, 근육이 크는 속도 등이 많이 달라진다. 평소 10을 키울 수 있다면 5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복용한다. 오늘은 18방, 내일은 20방 이런 식으로 날짜마다 조금 다르다”고 했다.
결국, 김 씨 몸에는 이상이 발생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이었다. 성기능 장애, 발기부전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는 약물을 끊은 후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결국 아이를 못 가질 확률이 50%가 넘는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선 성기능에 장애가 오고 다음으로 잦은 주사로 엉덩이 피부에 괴사가 나타났다. 인위적으로 호르몬이 몸으로 들어와 호르몬 레벨에 불균형이 생겨 분노조절 장애와 탈모, 관절까지 안 좋아졌다. 의사가 죽는다고 빨리 끊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사의 처방이 없는 스테로이드제 구매는 불법이다. 김 씨는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를 통해 스테로이드제를 조달했다고 했다. 김 씨는 “처방받으려면 그 병명이나 질환을 겪고 있어야 된다. 저는 그런 병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나 제약 회사 사람들 중에 일하는 직원들 등 몰래 빼돌리는 분들한테 구매한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약투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고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약투 이후 직장에서 해고됐고 동료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언론에 공개하고 난 뒤 갑자기 '근무태만이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문자 메시지, 전화, 댓글 등을 통해 '뒤에서 칼로 찌르겠다','가족들도 다 죽이겠다' 등의 협박도 받고 있다. 후회는 안 한다. 약물 사용자와 판매가 현저히 줄어들어 나름 뿌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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