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잘 챙겨 줘서 고마워,” “어제 장난쳐서 미안해,”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언제나 건승하기를 기원합니다.” 23일 아침, 부산 덕천여자중학교 교실에서는 이렇게 적힌 감사, 사과, 격려의 메시지를 받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덕천여자중학교 상담교실은 'Wee클래스'라 불린다. 그 이유는 상담 선생님 대신 학생들이 학생들의 상담사나 갈등 조정자가 되어 서로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것을 또래 조정자, 혹은 또래 상담사라 부른다. Wee 클래스가 30일까지 또래 조정자 및 또래 상담사들과 함께 ‘Apple-Tree Day’를 실시한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선생님 또는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사람은 괴일 사과와 함께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감사의 메시지와 함께 과일 감을 전달한다. 메시지와 함께 사과와 감을 받은 학생이나 선생님들은 다시 상담실 앞에 설치된 사과나무에 보낸 사람에게 답장을 써서 열매처럼 매달아 준다. Apple-Tree Day는 이렇게 사과하고 감사하는 메시지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는 날인 것이다.
친구가 친구에게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청소부 아줌마, 체육 코치, 수준별 강사 등 학교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빠짐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2013년 처음 시작해 올해 3번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전교생 모두와 선생님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전교생 수가 300여명이지만, 사과 메시지는 700여 개가 만들어졌다.
덕천여중 한재웅(59) 교감은 "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Apple-Tree Day가 매년 진행되고 있다. 진짜 사과와 함께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어제는 학교 주변 감나무에서 감을 따서 전교생들에게 나눠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래 조정자 이윤영(16) 학생은 “처음에는 참여자가 이렇게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 참여자가 많아져서 사과 메시지를 다 배달하기 버거울 정도다. 그래도 사과와 감사 메시지 주고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과의 메시지를 받은 3학년 윤소희(16) 학생은 “미안할 일도 아닌데, 이렇게 사과를 받아서 놀랐다. 그래도 받으니까 기분 좋고,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상담교사 문수원(44) 씨는 “이번 행사는 학교폭력 예방의 일환으로 마련됐다”며 “Apple-Tree Day에는 평소 하지 못한 말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어서 구성원 간의 관계가 좋아진다. 여자아이들이다보니 사소한 편지 하나에도 금방 마음이 풀리고 좋아한다”고 밝혔다.
한편, 덕천여중 Wee클래스는 또래 조정반 및 또래 상담반을 중심으로 다양한 홍보 및 상담·갈등조정 활동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건강한 갈등해결의 방법을 터득하고 갈등 없는 학교문화를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