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어 마음만 먹으면 가능...호기심에 빠져 빚 지기도
10대 시작한 도박 성인된 이후 중독돼 배팅 액수 점점 커져
얼마 전 고3 아들을 둔 김현정(가명, 46) 씨는 아들의 휴대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3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에게 놀라 물어보니 요즘 친구들과 재미로 하고 있다. 그냥 재미로 적은 금액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적은 금액이더라도 불법 사이트에 쉽게 접속해서 하는 것이 충격이었다. 앞으로 아들이 절대 못 하게 막아야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요즘 청소년들과 젊은 20대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하는 모바일 불법 도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들은 청소년에 대한 규제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도박을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보다 팝업창으로 뜨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 호기심으로 접속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김수영(가명, 24) 씨는 “주위에 하는 친구들도 많고 적은 금액으로도 할 수 있어 범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하는 도박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5만 88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카드, 화투게임, 인터넷 스포츠 베팅 등 다양한 도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카드, 화투게임을 하던 청소년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스포츠 베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들이 재미로 불법 도박을 하기 시작해 도박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이정훈(가명, 17) 군은 얼마 전부터 부모님 몰래 주말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친구에게 스포츠 베팅 도박을 하기 위해 빌린 돈이 액수가 점점 커져 갚기 위해서이다. 이 군은 “친구들에게 30만 원 정도를 빌렸다. 도저히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을 다 갚으면 절대 장난으로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끊을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10대 때의 도박이 20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들은 성인이 되고 난 후 더 큰 돈으로 도박을 하기도 한다. 10대 때부터 도박을 하고 있는 이대영(가명, 24) 씨는 “10대 시절에는 2~3만원 정도 걸고 하다 20대가 되고 난 후 20~30만 원씩 걸고 할 때도 많다. 잃은 적도 있지만 딴 적도 많아 끊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위험한 도박 중독으로 빠뜨리게 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단속하고 처벌하기는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압수가 사실상 힘들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사이트 주소를 바꿔 단속을 따돌린다“고 말했다.
현재 불법 도박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만 차단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면 방심위가 심의 절차를 거치는 식이다. 통상 이 과정에 2주 정도가 소요돼 빠른 차단이 어렵다. 수사기관과 사감위가 불법 온라인 도박에 쓰인 금융계좌를 바로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 역시 없다. 금융당국을 거쳐 계좌를 정지시키다 보니 범죄수익을 빠르게 회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통장을 빌려주거나, 도박수입금을 인출한 협조자, 호기심으로 도박을 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서연희(51, 부산시 사상구) 씨는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에 손대지 않게 경찰이나 학교 측에서 그에 따른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힐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