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력해온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개발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중앙일보·매일경제 등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노동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오스틴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와 새너제이 차세대컴퓨터랩(ACL)의 CPU 코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PU 코어 개발 프로젝트가 종료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31일부터 텍사스주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등 해당 지역에 속한 CPU 연구 개발 인력 300여 명의 해고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CPU 코어 설계를 영국 반도체 업체 ARM에 의존해온 삼성전자는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추고자 지난 2010년에 삼성오스틴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미국 CPU 코어 개발 프로젝트팀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자체 CPU 코어 개발 조직으로 일명 독사를 잡아먹는 포유류를 뜻하는 ‘몽구스’ 팀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중단 결정으로 해체 수순을 밟게 된 프로젝트팀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에 내장되는 CPU 코어 개발을 맡아왔다. CPU 코어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되는 AP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서 데이터 연산을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 팻 패틀러 전 AMD 부사장, 마이클 고다드 전 AMD 부사장, 2015년에 CPU 설계의 핵심 개발자 짐 켈러 전 AMD 부사장 등 미국 반도체 업체 AMD 임원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CPU 코어 개발에 매진해왔다.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공들인 자체 CPU 코어 개발을 중단키로 결정한 것은 업계 세계 1위를 차지한 퀄컴 등 경쟁사들의 CPU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분야에 자사 역량을 집중하고자 CPU 코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며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NPU 및 GPU 분야 관련 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4일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 자산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관련 기술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편, 신경망처리장치(NPU)는 AI를 위한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로 대규모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구현을 위한 핵심 특화 기술이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수천 개 이상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병렬 컴퓨팅 기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