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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여성’이 선택한 ‘안전한 택배 찾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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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여성’이 선택한 ‘안전한 택배 찾기’ 비법?
  • 취재기자 박지현
  • 승인 2019.11.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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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강한 이름 대신 쓰고 언택트(untact) 문화 활용도...
최근 홀로 사는 여성들이 택배를 받으며 수신인 이름에 ‘세 보이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는데 따른 방어대책의 하나다. 세 보이는 이름은 예를 들어 ‘곽두팔’, ‘육만춘’, ‘홍혁팔’과 같이 억양이 굉장히 세고, 뭔가 모르게 이미지가 험악해 보이는 이름이다. 이러한 이름들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라고 공유되면서 여성들은 택배 범죄 위험에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되고 있는 일명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 사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되고 있는 일명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 사진
실제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주거침입 성범죄 1,310건 중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는 99.8%였다. 또한 지난 7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 여성은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 비율 57%로 남성들의 비율 44.5%에 비해 높았다. 1인 가구 거주 유형 중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에선 택배를 경비실에 맡길 수 있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경우 따로 경비가 없어 택배를 직접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여성들은 곽두팔, 두만식, 권필쌍, 우백호 등 이른바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들을 공유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 한 원룸촌에 살고 있는 여성 김 모 씨는 “택배를 주문할 때, 혹시나 범죄의 표적이 될까 봐 두려워서 센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하면 남성이 살거나 이 이름을 가진 남성과 함께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우는 이름을 바꿔 쓰는 대신, 제품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립스틱을 주문했다면, 차량 용품이나 남성의류 등 주문자가 남성이라고 생각 들게끔 판매자에게 제품 표기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다. 1인 가구 여성인 최 모 씨는 “근처 편의점에 택배를 맡기거나 아니면 분실의 위험이 있지만, 집 앞에 두고 가 달라고 말한다”며 “집에 있으면서도 앞에 두고 가시라고 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1인 여성가구를 보호할 대안을 앞 다투어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무인택배함을 도입. 올해에는 20만 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현재 무인택배함 서비스는 전국으로 퍼져 부산시, 울산시, 대구시, 광주시 등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산 북구청에서 마련한 여성안심 무인택배함. 부산 과학기술대 정문 옆 위치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여성이 아니더라도 무인택배를 사용하고 싶다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게 되어있고, 범죄 예방을 위해 CCTV가 설치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왼쪽)부산 북구청에서 마련한 여성안심 무인택배함. 부산 과학기술대 정문 옆 위치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여성이 아니더라도 무인택배를 사용하고 싶다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게 되어있고, 범죄 예방을 위해 CCTV가 설치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지현).
무인택배함에 이어, 1인 가구 여성을 위해 여성안심귀가서비스, 여성 안심 홈 4종 세트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이나 정책들은 부족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1인 취약가구 위험 분석 및 맞춤형 정책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 지역일수록 주변 방범 상태가 취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양한 대안과 함께 주거 환경 등을 개선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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